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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영화 '형'과 '작은 형'의 차이

입력
2016.11.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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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형'.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형'.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인공은 사기 전과가 있다. 속고 속이는 데 이골이 난 듯한 그는 곤경을 면하기 위해 오래도록 연락을 끊고 살던 형제에게 다가간다. 주인공과 달리 피붙이는 지나치다 싶게 순박하다. 장애까지 지녀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기엔 힘들어 보인다. 핏줄에게는 더더욱 이용당하기 쉬워 보일 수밖에. 형제애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순진한 인물과 사기를 업으로 살아가는 약삭빠른 사람이 펼쳐내는 사연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지난 23일 개봉해 12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형’(감독 권수경)에만 해당하는 줄거리가 아니다. 30일 개봉한 ‘작은 형’(감독 심광진)의 얼개도 비슷하다. ‘형’이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작은 형’은 인간애에 무게를 둔다는 큰 차이를 감안해도 두 영화는 형제처럼 닮았다. ‘형’은 사기 전과 12범으로 수감 생활 중이던 고두식(조정석)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복동생 두영(도경수)의 보호를 명목으로 가석방된 뒤 펼쳐지는 우여곡절을 그린다. ‘작은 형’은 부동산 사기로 2년형을 산 뒤 출소한 동현(전석호)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지적 장애를 지닌 형 동근(진용욱)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다.

영화 '작은 형'. 파인스토리 제공
영화 '작은 형'. 파인스토리 제공

두 영화를 따져보면 이러저러한 차이들이 있다. 외형부터 다르다. ‘형’의 제작비는 38억원 정도이고, ‘작은 형’은 3억원 가량이다. ‘형’은 스타를 앞세운 반면 ‘작은 형’의 배우들은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제작 규모가 다르다 보니 개봉 규모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형’은 전국 933개 스크린에서 첫 선을 보였고, ‘작은 형’은 상영 첫 날 40개 남짓 스크린에서 관객맞이를 했다.

가장 큰 차이는 형제가 갈등하다 화해한 뒤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다. ‘형’의 두영은 두식의 삶을 스폰지처럼 받아들인다. 옷 입는 방법과 처세술을 비롯해 여자를 대하는 가부장적 태도와 사회적 편견까지 큰 반감 없이 흡수한다. ‘작은 형’에서도 형 동근이 동생 동현의 삶에 변화를 준다. 동현은 착하기만 한 동근과 주변 인물들과 교유하면서도 인간애와 가족애를 깨닫는다. 불량하고 이기적이었던 동현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인간성을 되찾는다.

‘형’과 ‘작은 형’은 주인공들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으나 다루는 그 폭은 다르다. ‘작은 형’이 품고 있는 메시지가 ‘형’보다 더 크고 의미심장하다. ‘형은 폐쇄적인 가족애에 머무는 반면 ‘작은 형’은 가족애를 인류애로 확장한다. 시장은 ‘형’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작은 영화 ‘작은 형’의 분투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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