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s 전원 꺼짐 현상에
배터리 무료 교체 약속하고도
“부품 수리 필수” 고비용 유도
지난해 애플 아이폰6s를 구입해 사용하던 김재기(가명)씨는 최근 경기 고양시의 애플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난 일부 아이폰6s의 배터리를 애플이 무료로 바꿔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 확인 결과 김씨의 아이폰은 배터리 무료 교체 대상 제품이었지만, 그는 그냥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액정화면 모서리에 작은 흠집이 있는 것을 발견한 직원이 “액정을 먼저 교체해야 배터리를 바꿔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액정 교체에는 비용이 19만8,000원이나 들고 3~4일 소요된다. 김씨는 “왜 액정까지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아이폰 설계상 배터리를 바꾸려면 액정을 바꿔야 한다’, ‘액정화면에 균열이 있으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결함이 발견된 아이폰6s의 배터리를 애플이 공짜로 바꿔주기로 했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이폰6s가 교체 대상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교체를 하려 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아이폰6s 시리즈는 지난해 9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중국, 영국 등 12개국에서 출시됐고, 국내에는 10월 23일부터 판매됐다.
대상 제품 번호도 고지 안 해
‘영어 공지문’ 이어 불만 고조
애플은 지난 20일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 아이폰6s 배터리 교체 공지문을 영어로만 올려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같은 날 애플 본사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지를 번역 없이 그대로 실은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애플은 사흘 만인 24일 같은 내용의 공지를 한글로 번역해 다시 게재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애플은 공지문에서 배터리 교체 대상을 지난해 9~10월 생산된 제품으로 안내했는데, 정확한 제품 번호는 알리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 국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일련번호를 확인한 다음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해 교체 대상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통화 폭주로 전화 연결까지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폰이 교체 대상인 것을 확인하더라도 막상 매장에 가져가면 이상이 있는 다른 부품을 먼저 유상 수리해야 교체해 준다거나,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1~2개월 후 다시 방문하라고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은 배터리 교체 대상 제품이 정확히 몇 대나 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아이폰6s 시리즈가 지난해 출시 첫날(금요일)과 주말까지 총 3일 동안 전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9~10월 생산ㆍ판매된 교체 대상 제품은 최대 8,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미국, 중국 등에 비해 국내 서비스가 소홀하다는 것은 계속해서 지적된 부분”이라며 “제품의 결함에 대한 조치는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잡음이 생기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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