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中-美 과학자들 공동연구
전 지구적 기후변화 일으킨
1815년 ‘탐보라’보다 황 분출 많아
1,000여년 전의 백두산 폭발이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일으킨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보다 더 강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과학자들이 서양 과학자들과 함께 백두산 현장을 직접 조사해 얻은 결과다.
미국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30일 북한과 중국, 미국, 영국 공동 연구진이 백두산에서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946년 백두산 폭발 당시 대기 중으로 45메가톤(1Mt=100만t)의 황 가스가 방출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외 학계에서 추정돼온 양보다 2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연구진은 백두산 폭발 시 방출된 황이 19세기 이후 최대 폭발 중 하나로 꼽히는 탐보라 화산 폭발 당시보다 많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탐보라 화산 폭발 시 방출된 가스는 높이 30~40㎞ 상공까지 올라가 태양에너지를 차단, 지구 표면 온도를 1도 넘게 떨어뜨렸다. 황의 양으로만 보면 백두산 폭발도 당시 지구의 온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백두산 폭발 시 나온 황 성분은 기류를 타고 이동해 그린란드 빙하에도 일부 축적됐다. 연구진은 과거 분석된 빙하 속 황의 양과 이번 분석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백두산까지의 거리 등을 감안해도 빙하에 남아 있는 황이 현저히 적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백두산의 위도가 비교적 높고 폭발 시기도 겨울이어서 가스가 빨리 제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발 자체는 탐보라 화산보다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였지만 그 효과가 자연적으로 감소됐다는 의미다. 946년 백두산 폭발은 1980년대 일본에서 화산재가 발견되며 관심을 모았다. 화산재가 일본까지 날아가려면 폭발력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천년 폭발’이란 별칭도 생겼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백두산에서 나온 암석으로 직접 폭발 규모를 추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번 연구를 평가했다.
북한 과학자들은 지난 4월에도 서양 과학자들과 함께 백두산 지하에 거대한 마그마가 존재할 가능성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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