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진이냐 탄핵이냐… 사실상 ‘퇴진론’논쟁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두고‘자퇴냐 퇴학이냐’며 설전을 벌였다. 박 대통령이 전날 3차 대국민담화에서 제안한 임기 단축 카드에 대한 여야의 극명한 해석 차가 드러난 대목이다.
여당은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를 이른바 ‘자퇴’선언이라고 보고 명예퇴진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박 대통령)이 자퇴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징계위를 열어 퇴학시켜야 한다고 한다”며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할 이유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담화에도 탄핵안 처리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겠다고 밝히자 이를 겨냥한 비판이다. 정 원내대표는 “학생은 학교가 정하는 날에 자퇴서를 내고 떠나겠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 언제까지 자퇴하라고 정해주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은 자퇴는 강제성이 없어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국회에서 탄핵을 흔들림 없이 추진, 박 대통령을 ‘퇴학’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담화를 야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함께 추진하는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본 것이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 “임기단축 개헌은 일고의 검토 가치도 없다”며 “그것은 부정행위로 퇴학 처분을 앞둔 학생이 조기졸업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심 대표는 또 “야당들이 국민의 명령과 헌법에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탄핵 외길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심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정국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진 때아닌 자퇴ㆍ퇴학 논란은 사실 박 대통령의 퇴진론을 둘러싼 대립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날(29일)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를 ‘사실상의 하야’라고 평가하며 여야 협상을 통해 정국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박 대통령은 조건 없이 조속히 하야할 것을 촉구한다”며 “임기 단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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