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관련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호킹 박사는 이어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망가진 지구로부터 탈출할 방법은 없다”는 경고와 함께 “서로 힘을 합쳐서 지구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호킹 박사는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나타난 두 가지 현상에 대해 “지도자들에 의해 버려졌다고 느낀 이들의 분노의 외침이라는 평가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고 했다. 호킹 박사는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 엘리트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이를 일부 지도자들의 조잡한 포퓰리즘 정도로 여긴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리학자이지만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광범한 분야의 현상들을 엮어 현 인류의 위기를 진단한 호킹 박사는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 결정의 근본 배경으로 불평등의 심화를 꼽았다. 일각에서 포퓰리즘의 결과물로 폄하하지만, 경제적 불평등, 부의 편중이 포퓰리즘을 득세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호킹 박사는 특히 공장 자동화로 제조업에서의 일자리가 줄었고 이젠 인공지능(AI)이 고소득 일자리까지 잠식하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며 “인터넷의 확산으로 빈부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를 동경한 이들이 도시의 판자촌으로 몰리고,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엔 더 나은 삶을 찾아 또 해외로 나간다”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이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에 따른 대규모 이주가 또다시 사회기반시설 부족을 일으켜 결국 사회의 관용을 약화하고 정치적 포퓰리즘을 촉발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자연재해, 생물종 감소, 해양 산성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열거한 호킹 박사는 “인류는 수백 년 후에야 지구 밖에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인 만큼,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현재로썬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보호하고 협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가 1,000년 내 인류 멸종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주의 다른 공간을 찾을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국의 협력이 인류 영속의 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호킹 박사는 마지막으로 “인류의 미래를 낙관한다”면서 “지식인들은 올해 일어난 두 가지 일에서 ‘겸손’부터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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