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엄앵란 개인사 몰라…정이랑의 셀프디스” 부적절 해명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8’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배우 엄앵란을 가슴 관련 개그 소재로 부적절하게 다뤄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프로그램 고정 출연자인 방송인 이세영의 ‘성희롱 구설’이 나온 뒤 보름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이라, 제작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논란의 불씨는 3일 방송된 코너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나왔다. 프로그램 고정 출연자인 방송인 정이랑은 엄앵란 분장을 하고 나와 자신을 “김앵란”이라고 소개한 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불렀는데, 노래에 ‘가슴’이란 말이 나올 때 마다 성적 농담을 던져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엄앵란의 성대 모사를 하며 “구멍 난 가슴에”에란 노랫말에 “가슴 얘기만 나오면 부끄럽다”고,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란 대목에서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는 식으로 개그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또 다른 출연자인 안영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잡을 가슴이 없다는 대목에서 격한 공감을 했다”며 “가슴의 한이 느껴지는 무대”라고 개그를 맞받아 보는 이들을 더 당황하게 했다.
엄앵란은 지난해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한 쪽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엄앵란은 MBC ‘휴먼다큐 사랑’ 등의 방송에 나와 “몸 한 쪽이 떨어지니 슬프고 기가 죽는다”며 수술에 대한 후유증을 털어놔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이 출연자에 엄앵란 분장을 시킨 뒤 가슴 얘기를 성적으로 다룬 건, 엄앵란의 상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코너를 짰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논란을 두고 제작진은 한국일보에 “엄앵란의 개인사를 몰랐다”며 “정이랑이 셀프디스로 애드리브를 하다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엄앵란이 아닌 엄앵란 분장을 한 여성 출연자의 작은 가슴을 ‘셀프 디스’ 한 개그였다하더라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엄앵란을 가슴 관련 개그 소재로 끌여들였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속 캐릭터를 “김앵란”이라고 소개해놓고, 엄앵란의 개인사를 살피지 않고 그의 캐릭터를 사용해 구설을 낳은 건 제작진의 명백한 부주의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3일 방송된 코너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향후 재방송부터 삭제하고 내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SNL코리아8’의 불편한 개그에 시청자도 ‘뿔’났다. 방송 후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엄앵란 유방암 판정 받고 절제 수술 받은 건 아시나요? 생각 없이 방송하시네요’(박**), ‘오늘 대사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최악이었다’(김**), ‘(엄앵란과)같은 병을 지닌 환우다. 개인의 아픔까지 웃음 코드로 잡아야 하나. 아픈 나는 부끄러워해야 하나요?’(고**)등의 글이 올라왔다.
‘SNL코리아8’의 잇단 구설을 문제 삼는 시청자도 많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 실정 관련 풍자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며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치 풍자의 산실이었던 ‘SNL코리아’에서는 풍자 개그가 사라지고 ‘19금 개그’에만 집중하며 논란을 자처해서다.
네티즌은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제작진을 코너로 몰았다. 인터넷에는 ‘저리 생각들이 없나. (프로그램)내려라 차라리’(simb****,gns2****,limj**** ), ‘저질 중에 저질’(mang****) 등의 글들이 굴비 엮이듯 이어졌다.
앞서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프로그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또 다른 고정 출연자 방송인 이세영이 그룹 B1A4 멤버들의 몸을 만지고, 멤버들이 당황하는 영상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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