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용하는 ‘콘텐츠(contents)’라는 용어는 거의 대부분 ‘콘텐트(content)’여야 옳다. 새삼 이를 강조하는 것은 이 말의 오용 남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Content vs. contents는 원어민의 경우 헷갈리는 일이 거의 없는 용어인데 유독 한국인만 엉뚱하게 사용하는 어휘가 됐다. 책의 ‘차례’ 목록이나 목차를 소개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contents’로 쓰일 뿐 그 외 ‘내용’의 뜻으로 쓰고자 한다면 거의 대부분 ‘content’여야 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contentus’이며 동사 contain(포함하다)을 참조하면 오늘날 영어 동사와 뿌리가 같고 그 의미는 ‘포함된 것’, ‘내용물’임을 알 수 있다. 이 단어가 형용사로, 즉 ‘만족하는’의 뜻으로 쓰일 때도 만족하는 대상은 그 안의 ‘핵심 내용’을 언급한다. 몇 가지 용례부터 살펴 보면 웹사이트의 내용도 content이고 식품이나 음료수의 내용도 content이며 영화나 작품 연극 연설 등의 내용을 언급할 때에도 단수형 content를 사용한다. ‘내용’이라는 개념이 말해주듯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불가산명사로 보고 복수형 자체가 불가하다. 셀 수 있는 물리적 물건이라면 복수형 contents를 사용하고 ‘개념 성분 핵심’등의 추상적 개념이라면 content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의 연설은 멋있게 들리지만 내용이 없다’고 말할 때는 ‘메시지’나 ‘핵심 내용’의 추상적 의미이기 때문에 ‘His speech sounds beautiful but lacks content’처럼 단수형이 옳다. 정부가 문화융성 어쩌구 할 때 빠짐없이 사용하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당연히 content를 지칭하는 것이고 따라서 ‘콘텐트’로 적거나 미국식으로 ‘칸텐트’라고 발음하면 된다. ‘이 영화는 성인 내용이 있으므로 미성년자는 보지 않기를 바란다’는 경고에서도 ‘This film contains adult content. Viewer discretion is advised.’처럼 content가 쓰이는 이유는 내용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The content of this cup is pure water’(컵의 내용물은 물이다)에서도 ‘내용 성분’을 말한다.
다만 ‘그 안의 내용물이 종류가 많고’ 집합체 인 경우에는 복수형으로 사용하는데 ‘여행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잡다한 모든 것들’은 셀 수 있는 물건들이고 당연히 ‘the contents of the suitcase’가 되며 이는 ‘책의 목차’를 복수형으로 표기하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냉장고 안의 잡다한 모든 리스트(list)를 말할 때에도 ‘The contents of the freezer’이고 ‘박스 안의 모든 것’도 ‘the contents of the box’이다. 그러나 연설의 내용(the content of her speech)이나 바나나에 포함된 영양 성분(The apple has a high vitamin and mineral content), 식품의 영양 성분(nutritional content of the fruit) 등은 실제 물건이 아니고 그 성분과 내용을 언급한다.
어떤 용기 안의 잡다한 전체 언급은 책의 목차와 다를 바가 없고 ‘the contents of my desk drawer’처럼 서랍 안의 물건들도 복수가 되며 통조림 캔 안의 내용물 전체도 ‘the contents of the can’이 된다. 다만 캔 안의 내용 성분은 ‘the content of the can’이 될 것이고 계란에 들어 있는 성분도 당연히 ‘Eggs have a high protein content’처럼 말한다. TV 프로그램의 ‘문화적 내용’은 ‘cultural content’이고 방송 프로그램이 한류(Korean Wave) 내용을 담는다면 ‘Korean content’가 될 것이다. 복수형 –s 하나 때문에 더 이상 혼동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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