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에서 성명, 지명 따위의 고유명사 적는 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성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은 전부 붙여 쓴다. 서양 사람 이름 적듯이 이름을 먼저 쓰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은 한글로 쓸 때나 로마자로 쓸 때나 항상 성을 먼저 쓰는 것이 원칙이다. Min Yongha(민용하), Song Nari(송나리).
이름을 구성하는 각각의 음절은 붙여 써야 한다. ‘Min Yong Ha’와 같이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만약 각 음절을 구분해서 적고 싶다면 ‘Min Yong-ha’와 같이 음절 경계에 붙임표를 둘 수는 있다.
이름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름 ‘석민’이 [성민]으로 소리 나더라도 ‘*Seongmin’으로 적지 않고 각 음절의 한글 표기를 따라서 ‘Seokmin’으로 적어야 한다는 뜻이다. ‘석민’이 ‘성민’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Han Seokmin(한석민), Han Seongmin(한성민).
‘Gyeonggi-do Suwon-si Paldal-gu(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와 같이 ‘도, 시, 군, 구’와 같은 행정 지명의 단위는 붙임표로 구분하여 적는다. 반면에 자연 지물명, 문화재명, 인공 축조물명 등은 붙임표 없이 붙여 쓴다. ‘남산, 한강, 불국사’를 로마자로 적을 때는 붙임표를 넣지 말고 그냥 ‘Namsan, Hangang, Bulguksa’와 같이 적으라는 뜻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름에 쓰인 ‘산, 강’ 따위를 구태여 ‘*Nam Mountain’이나 ‘*Han River’와 같이 영어로 번역해서 쓰면 안 된다는 점이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은 ‘한’이 아니라 ‘한강’이기 때문이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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