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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부도 ‘1948년 건국’ 인정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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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부도 ‘1948년 건국’ 인정 안 했다

입력
2016.12.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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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걸 공주대 교수 주장

신생 정부 ‘건국일’ 안 정해

“통일돼야 온전한 건국”

“이승만 정부 스스로 인식”

“국정교과서는 정치적 선택”

이준식 부총리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집필진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브리핑에서 국정교과서 집필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이준식 부총리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집필진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브리핑에서 국정교과서 집필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역사 국정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승만 정부조차 당시 정부 수립을 불완전하다고 인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48년 정부 수립을 국정교과서를 통해 사실상 건국으로 격상하려는 정부의 정치적 의도는 민족 통일의 당위성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지수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48년 세워진 이승만 정부가 건국일을 정하지 않았고, 그것(건국)은 통일이 이뤄져야 온전한 국가라는 인식에 기반한다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그런데도 정부가 1948년 대한민국 수립론을 고집하는 건 민족 역사의 대미가 통일이란 메시지를 약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역사 국정교과서에서 기존 표현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뀌며 대한민국 정부와 상하이 임시정부 가운데 어떤 게 정통이냐는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지만, 지 교수는 정통성 논쟁은 핵심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국정교과서가 검정에 비해 되레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임시정부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색깔 논쟁을 재연해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뉴라이트의 책략”이라고 지 교수는 설명한다.

지 교수가 9월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 가을호에 실은 시론 ‘건국절 논쟁의 지형 바꾸기’를 보면, 신생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일을 특정하지 않고 개천절(조국 개창) 삼일절(임시 정부 수립) 광복절(독립과 광복) 제헌절(국가 재건) 등 4대 국경일만 제정했다. 이는 민족사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온전한 정부(국가)가 아니라 분단 정부란 사실을 이승만 정부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0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0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컨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이라는 제헌 헌법의 대목이나, 북측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100석을 비워둔 채 제헌국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헌법을 통해 한반도 전역을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선포하고(제3조), 민족통일이 대한민국의 국시(國是)임을 거듭 강조한(제4, 66조) 사실 등이 이를 보여주는 증거다.

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수립된 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민족이 분열 및 분단된 날 또는 민족 통일운동이 시작된 날”이라며 “이승만 정부가 자인한 일을 부인하면서 교과서에서 우리의 독자적 발전을 방해하는 세력으로만 북한을 묘사하는 건 학생들한테 통일을 왜 하냐는 인식을 주입하는 반헌법적 서술”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의 ‘민주사회를위한역사교육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국정교과서는 반북, 냉전적 서술도 너무 노골적이어서 이 책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볼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역사교육위는 서울시교육청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올해 초 구성한 교육감 자문기구로, 주진오 상명대 교수가 위원장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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