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음식나눔 현장 가 보니
원룸주택 주민 함께 쓰는 냉장고
피망 바나나 밀감 음료수 등
음식에 유통기한 함께 적어 공유
“대면 부담 없이 편히 주고받아”
“1인 가구 남는 재료 처리에 딱”
“냉장고야, 환경을 부탁해!”
‘먹방(먹는 방송)’ 열풍으로 식(食)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이런 사회적 숙제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푸드 쉐어링(Food sharingㆍ음식 나눔) 운동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국내에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 땡큐플레이트가 추진 중인 ‘공유 냉장고’ 캠페인이 그렇다.
땡큐플레이트와 서울 성북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성북구 지역에 공유 냉장고 ‘우리나누새’가 모두 4대 설치됐다. 이름 그대로 이웃과 음식을 나누자는 취지다. 자신에게 남는 식재료나 식품을 공유 냉장고에 기부하고, 누구든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원리다.
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정릉동 공공원룸주택에 설치된 공유 냉장고 4호기에는 피망과 양배추 같은 식재료부터 바나나와 밀감, 음료수 등 다양한 식품들이 저장돼 있었다. 모두 이 건물 거주자들이 채워 넣은 기부품이었다. 137ℓ짜리 노란색 냉장고 위에는 ‘먹을 수 있지만 먹지 않는 음식을 포장한 뒤 섭취 가능 날짜 등을 함께 적어 넣어달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었다.
공유 냉장고 이용자 봉신영(38)씨는 “혼자 살면 음식을 해 먹고 싶어도 남는 재료 때문에 장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데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덕분에 쓰레기 걱정을 덜게 됐고, 냉장고를 매개로 주고받는 구조라서 사람과 대면해야 하는 부담도 없어 좋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막 태동한 공유 냉장고 개념은 유럽 등 환경 선진국에서 활발한 푸드 쉐어링 운동이 모태다. 대표적으로 독일에는 전국의 주택가에 공유 냉장고가 개방형으로 설치돼 있고, 대학생들의 자원봉사로 관리되고 있다. 기부자가 공유 냉장고에 음식을 넣고 온라인에 정보를 올리면 실시간으로 필요한 사람이 찾아와 가져가는 등 발전된 형태다. 국내 공유 냉장고는 걸음마 단계라 아직은 특정 건물에 사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폐쇄형이다. 김민이 땡큐플레이트 대표는 “사회적 확산을 위해서는 외부 개방이 바람직하지만, 위생이나 냉장고 보안 등 관리 문제가 있어 우선 대규모 아파트단지나 부녀회 등을 통해 오프라인 거점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1만3,697톤에 달한다. 이를 지금보다 20%만 줄여도 연간 온실가스를 177만톤 가량 저감하는 효과가 있는데, 승용차 47만대가 내뿜는 양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음식을 활발히 공유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해 사회적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남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굶주리는 국내외 이웃에 제공하면 환경을 살릴 뿐만 아니라 나눔의 의미도 되새겨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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