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류모씨는 한약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체질에 맞춘 다이어트 한약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을 구입했다. 하지만 복용 중 부작용으로 급성간염을 얻게 된 류씨는 자신이 복용한 한약이 무자격자가 지은 엉터리 한약임을 알게 됐다.
의약품 제조 허가도 없이 12년 간 3만명에게 65억원어치 불법 다이어트 한약을 조제해 판매해 온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주범인 고모씨를 구속하고 한약사 등 5명은 불구속 입건 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특사경에 따르면 고씨는 한약사를 고용해 위장 한약국을 차리고 전화 상담으로 체질에 따른 맞춤형 한약을 조제해 주는 것처럼 속여 불법 다이어트 한약을 택배 배송해 판매했다. 고씨는 한약사도 아니고 의학적인 전문지식도 없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 등을 조합해 16가지 약재를 섞은 다이어트 한약을 만들어 팔았다. 특히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황’이라는 한약재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급성간염, 알레르기, 두통, 생리 이상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고씨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에겐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환불ㆍ보상을 해 줬다.
고씨 일당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한약국은 시내에, 건강원은 시 외곽 주택가에 식품영업신고를 내고 영업해 왔고 계속 옮겨 다녔다. 한약국 운영 비용을 한약사 명의로 처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용남 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전화상담만으로 다이어트 한약을 구입했다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반드시 한의원을 방문해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해 달라”며 “시민건강을 위협하는 불법의약품, 불량식품 제조행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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