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지마다 부패 인사 낙마시킨
왕치산 기율위 서기 장쑤성 찾아
저우융캉 이어 잔당 숙청 나설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또 다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지지세력에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독주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8일 시 주석이 장 전 주석의 지지세력인 장쑤방(江蘇幇ㆍ장쑤성 출신 인맥) 척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특정지역 방문이 해당지역 부패연루 인사들의 낙마로 이어져왔던 점에 비춰 지난 5∼6일 장쑤성 전장시에서 개최된 왕 서기 주최 좌담회를 장쑤방 잔당 척결의 신호탄으로 본 것이다.
장쑤성은 장 전 주석의 고향이며 이 지역 출신 인사들 상당수가 그의 지지세력으로 여겨져 왔다. 둬웨이는 왕 서기의 장쑤성 방문 목적을 ‘장쑤방 여독’의 철저한 제거, 부패사건이 많았던 장쑤성 관가 개혁, 이를 통한 내부 기율 재확립 등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지난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핵심’ 지위를 부여받은 이후 장 전 주석 측을 겨냥한 공세를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간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정가에선 장쑤방 세력의 낙마가 많았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양웨이저(楊衛澤) 난징시 당 서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장 전 주석의 처조카인 왕민(王珉) 전 랴오닝성 당 서기가 숙청됐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에게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이양했지만 그로부터 1년 6개월간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실권을 행사했고, 군권을 이양한 뒤에도 상왕으로 군림했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기에 오히려 장쑤방이 새로운 권력집단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장쩌민 세력 힘빼기에 주력했다. 특히 정ㆍ관계는 물론 후진타오 집권기 내내 장 전 주석에게 충성했던 쉬차이허우(徐才厚)ㆍ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찍어내는 등 군 개혁을 단행했다. 물론 장 전 주석의 경우 3대 파벌의 하나인 상하이방(上海幇)의 거두인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 주석은 장 전 주석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경쟁그룹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적극 활용했다. 후 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권력기반인 공청단과 암묵적인 연대를 통해 장 전 주석을 고립시켰고, 때때로 공청단 중앙조직 축소와 재정 지원 삭감 등으로 공청단 자체의 힘도 빼놓았다. 한 때 ‘리틀 후진타오’로 불렸던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이 최근 낙마설에 시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시 주석 지지세력은 지속적으로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시 주석의 저장성 재임 당시 관료 인맥군인 저장방(浙江幇), 측근그룹인 시자쥔(習家軍) 등에 유력 정치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실 주임,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성 당 서기, 리창(李强) 장쑤성 당 서기, 중사오쥔(鍾紹軍) 중앙군사위 판공청 부주임 등이다. 최근에는 공청단 출신이자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광동성 서기도 사실상 ‘시진핑 사단’으로 분류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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