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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물면 쏟아지는 싱싱함, 제철 맞은 통영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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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물면 쏟아지는 싱싱함, 제철 맞은 통영 굴

입력
2016.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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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을 맞은 통영 굴.
제철을 맞은 통영 굴.

그래도 굴은 통영이 맛있다 아입니까?

이제와 털어놓자면 추운 겨울에 통영까지 먼 길을 떠나게 한 유혹 중 가장 강렬했던 건 굴이었다. 푸른 바다에서 올라오는 통통한 생굴의 싱싱한 향에 이끌렸기에 가는 길의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었다.

겨울의 통영은 분주하다. 국내 굴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이곳 통영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적한 겨울 바다와 달리 제철을 맞이한 굴을 유통하는 손길은 멈출 새가 없다. 이들의 분주한 손길이 있어, 우리는 이 영양분 덩어리를 겨울 통영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통영외곽의 용남면 수협에서 매일 경매가 진행된다. 그날그날 수확한 싱싱한 굴이 각 수산업체에 판매되는 과정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이 오고 간다. 홀로 동 떨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 구경하는 이들, 굴 박스를 준비하고 옮기는 이들의 눈빛을 보면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이 이 경매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매에 낙찰된 굴은 수산업체로 이동한다.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다. 밖은 이미 춥고 깜깜하지만, 굴을 씻고 포장하는 실내는 밝고 활기가 넘친다. 주문 전화가 폭주하는지 굴을 씻어내면서도 귀에 꽂힌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문의를 받는다. 바로 지금이다. 10월부터 벚꽃이 피기 전까지가 굴이 가장 맛있을 때다. 주문량 또한 극대점에 다다른다.

용남면에 위치한 수협에서 굴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용남면에 위치한 수협에서 굴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포장 전 굴을 씻어내고 있는 모습.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사진은 ‘이순신수산’.
포장 전 굴을 씻어내고 있는 모습.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사진은 ‘이순신수산’.
밀려 들어오는 배송 주문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 사진은 ‘이순신수산’.
밀려 들어오는 배송 주문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 사진은 ‘이순신수산’.

물론 가장 비쌀 때이기도 하다. 굴 가격은 매일 경매를 통해 결정된다. 지난 2일 저녁에는 각굴 10kg에 1만 7,000원, 생굴 대 사이즈 1kg에 1만 4,000원에 판매됐으며, 각굴의 가격은 변동이 크지 않으나 생굴의 경우엔 꽤 크게 출렁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포장된 굴은 통영의 음식점뿐 아니라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긴 배송에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고 깔끔하게 포장한다. 오후 4시 이전 주문은 당일 바로 발송되며 다음날 도착한다. 용도에 따라 필요한 굴의 종류가 다르고 수시로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에 미리 문의하고 주문해야 한다. 이순신수산 (055)644-1544.

이렇게 준비된 굴은 팔색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비릿한 굴 향과 특유의 식감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내 곳곳의 굴 정식 식당에서는 이들을 위해 굴전, 굴탕수, 굴까스와 같이 여러 입맛을 고려한 메뉴를 판매한다. 사실 생굴에 초장을 묻혀 먹더라도 워낙 싱싱하기 때문인지 막힘 없이 넘어간다. 항남 1길에 위치한 굴 정식 식당 ‘통굴가’의 해물된장찌개와 공기밥을 포함한 코스메뉴는 1만 4,000원부터 2만 2,000원, 1인용 메뉴로 개발된 세트메뉴는 식사 종류에 따라 1만 5,000원부터 2만원에 제공한다. (055)645-2088.

싱싱함이 가장 큰 무기인 생굴.
싱싱함이 가장 큰 무기인 생굴.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굴전.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굴전.
새우, 홍합, 두부 등 구성물이 푸짐한 해물된장찌개.
새우, 홍합, 두부 등 구성물이 푸짐한 해물된장찌개.
우동과 짜장이 한 그릇에 섞인 우짜. 항남우짜.
우동과 짜장이 한 그릇에 섞인 우짜. 항남우짜.
시내 도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꿀빵.
시내 도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꿀빵.

꼭 해산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서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충무김밥이나, 꿀이 흐르는 표면 속에 팥이 가득한 꿀빵은 통영의 대표 간식거리이다. 우짜(우동+짜장)도 통영의 이색적인 음식 중 하나다. 짬뽕과 짜장을 분리된 용기에 담아 파는 짬짜면과 달리, 우짜는 우동과 짜장이 한데 담겨있다. 우동국물에 짜장소스가 그대로 풀려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묘한 맛을 만들어낸다. 통영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직장인 고은정(20)씨는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항남우짜’를 추천한다. 지금은 우짜 음식점을 간간히 볼 수 있지만 이 곳이 원조다. 한 그릇에 4,000원이니 추운 날엔 부담 없이 들어가 면을 불어가며 한 그릇 마시기 좋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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