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상 시상식에 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모습은 없었지만 존재감은 가장 컸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연회에서 아지타 라지 주스웨덴 미국대사가 대독한 소감문을 통해 “전혀 상상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수상”이라고 기쁨을 전했다.
딜런은 소감문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디어드 키플링, 토마스 만, 알베르 카뮈 등을 열거하며 “어려서 이들의 작품을 보고 자란 나로서는 이들과 동렬에 서게 되는 감동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내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을 물었다면, 그건 달 위에 서는 것과 같은 확률이라 답했을 것”이라며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상 이후 불거진 ‘딜런의 음악은 문학인가’ 논쟁에 대해서는 ‘스웨덴한림원의 평가에 감사하다’는 우회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쓸 때 자신의 작품이 문학으로 인정받을지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 역시 내 작품이 문학인지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딜런은 앞서 다른 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신 보낸 소감문을 통해 노벨상을 껄끄러워한다는 일각의 논란을 불식했다. 시상식 축하공연을 맡은 펑크록 가수 패티 스미스가 딜런 대신 그의 곡 ‘어 하드 레인스 어 고너 폴’을 공연했다. 스미스는 공연 도중 긴장해 가사를 잊어버렸지만 청중은 그를 박수로 격려했다. 스미스는 1995년 딜런의 콘서트에 초청받아 오프닝 공연을 서면서 음악가로 재기한 바 있으며, 그 역시 시적인 가사를 쓰는 음악가로 평가된다.
화제를 일으킨 또 다른 수상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별도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노벨평화상이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 평화협정을 이끈 “천상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산토스 대통령의 수상이 결정되기 직전 1차 협정안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그럼에도 노벨위원회는 산토스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안겼고, 수정된 협정안이 의회의 동의를 얻는 원동력이 됐다.
산토스 대통령은 “평화상보다 더 값진 선물은 내 조국 콜롬비아의 평화 그 자체”라며 “이제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동료 수상자 딜런의 반전(反戰)곡 ‘블로잉 인 더 윈드’ 중 한 구절인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너무 많은 이가 희생됐음을 알게 될까?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를 인용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패티 스미스의 ‘어 하드 레인스 어 고나 폴’ 공연 영상
/그림 2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시청에서 노벨평화상장과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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