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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생명 살리는 숭고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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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생명 살리는 숭고한 작업”

입력
2016.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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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불가능한 간이식 성공… 분할ㆍ소아 간이식도

다양한 간이식을 성공해 국내 간이식 저변을 넓힌 김동식 고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고대의료원 제공
다양한 간이식을 성공해 국내 간이식 저변을 넓힌 김동식 고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고대의료원 제공

‘고대구로병원은 최근 뇌종양으로 사망한 김모씨에게서 장기를 기증받아 최상용 일반외과 교수의 집도로 급성 간염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 4월 한 경제지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김동식(46) 고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당시 고려대 의대를 다니고 있었다. 김 교수는 당시 이 기사를 보고 사람을 살리는 외과를 택하고 싶었다. 김 교수의 의료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뇌사자 간을 기증받아 간암 등 간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간이식 수술은 그야말로 고난도 수술이다. 간암 환자 대부분은 일반인보다 응고 기능이 떨어져 수술이 힘들다. 김 교수는 “정상인의 응고 기능 수치가 100이라면 간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며 “수술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예후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술하는 데에만 8시간이 걸리는 고단한 간이식 수술 등 간 관련 수술을 매년 250~300건 시행하고 있다. “물론 힘들죠. 하지만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가 건강해져 사회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분할 간이식 등 고난도 수술 성공

뇌사자 간이식이 증가하고 있지만 간기능자는 간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기증받은 뇌사자의 간을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2011년 다른 병원에서 이식이 불가능하다며 버려질 뻔한 뇌사자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한 사례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혈액형이 다른 환자의 혈액부적합 간이식도 성공했다. 여기에 한 뇌사자 간을 수혜자에게 나눠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과 소아 간이식도 시행했다. 김 교수는 “국내 간이식 대기자는 6,000여 명이나 되지만 올해 간이식 건수는 460건에 불과하다”며 “수술이 복잡하고, 어려워도 더 많은 환자에게 간이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번 하기도 힘든 펠로우 과정을 한국과 미국에서 두 번이나 거쳤다. 김 교수는 간이식 분야 세계적 명의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석좌교수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6년 미국 신시네티대 의대 이식센터에서 펠로우 생활을 한 번 더했다. 김 교수는 “미국 의사보다 수술을 잘할 자신이 있어 미국행을 택했다”며 “센터에서 이식뿐만 아니라 췌장, 신장이식, 복강경 수술 등 다양한 분야를 익힌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분할 간이식 등 다양한 간이식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이유가 있었다.

김 교수는 미국이식외과의사협회(ASTS) 정회원이다. ASTS 정회원은 미국에서 정식으로 이식외과 교육과정을 마친 외과의사만 될 수 있다. 국내 외과의사 중 ASTS 정회원은 극소수다. 간이식에 대해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시네티대 의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교수가 됐지만 모교의 부름에 한국행을 선택할 만큼 김 교수의 모교사랑은 깊다. 간이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고대안암병원에 자리를 잡은 것도 병원발전을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간이식 전문팀을 구축해 안암병원을 국내를 대표하는 간이식 전문병원으로 성장시켰다.

최근 고대의료원 산하 안암ㆍ구로ㆍ안산병원 간이식 환자를 통합 관리하는 ‘간이식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간이식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치료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간 수술 후 발생하는 간 기능 부전을 예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동식 교수는 "시대가 변해도 환자들은 외과의사 손길을 원할 것"이라며 "외과의사는 환자에게 위로 받고, 힘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고대의료원 제공
김동식 교수는 "시대가 변해도 환자들은 외과의사 손길을 원할 것"이라며 "외과의사는 환자에게 위로 받고, 힘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고대의료원 제공

“시대 변해도 환자, 외과의사 손길 필요”

김 교수는 환자들에게는 친절하고 부드러운 의사이지만 후학들에게는 무서운 교수로 소문나 있다. 김 교수도 “전공의들을 많이 혼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스스로 ‘덕장’을 포기한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인기 없는 외과를 지원했다면 그래도 소신 있는 이들”이라며 “이들을 유능한 외과의사로 양성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외과의사들은 병원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현장에 서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이 과정을 즐겨야 진정한 외과의사가 될 수 있다”며 “후배들이 환자들에게 위로 받고 힘을 얻는 외과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로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됐지만 외과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뛰어나도 컴퓨터를 조정하는 것은 사람이고, 시대가 변해도 환자는 의사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1주일에 이틀은 외래 진료하고, 사흘은 꼬박 수술실에서 보내야 하는 김 교수. 그는 “아내가 내 안부를 급여통장으로 확인한다”며 “아내가 결혼한 게 아니라 하숙을 치고 있다고 말할 때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생명을 살리는 외과의사가 된 것을 만족한다”고 말했다. 천상 외과의사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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