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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불청객 ‘전립선비대증’, 방심했다간 소변길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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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불청객 ‘전립선비대증’, 방심했다간 소변길 막혀

입력
2016.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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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8~10회 이상 소변을 봐야 하거나 소변줄기가 가늘고 끊기거나, 찝찝한 느낌이 계속되고, 밤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면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루에 8~10회 이상 소변을 봐야 하거나 소변줄기가 가늘고 끊기거나, 찝찝한 느낌이 계속되고, 밤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면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상진 가천대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 과도한 음주나 임의로 먹은 감기약 등으로 인해 급성 요폐를 겪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많다”고 했다.
윤상진 가천대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 과도한 음주나 임의로 먹은 감기약 등으로 인해 급성 요폐를 겪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많다”고 했다.

# 올해 초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K(52)씨는 연말 회식 중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아 큰 고초를 겪었다. 술을 마시다 요의(尿意)가 생겨 화장실을 찾았는데 아무리 해도 오줌이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터질 것 같은 방광을 부여잡고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원인은 '급성 요폐(尿閉)'였다. 소변볼 때마다 불편했지만, 적당히 참으며 방치했던 전립선비대증에 과도한 음주까지 더해진 것이 화근이 됐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겨울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다. 추운 날씨에 잦은 송년행사로 인한 음주도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가 생길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무심코 먹은 종합감기약으로 급성 요폐를 겪을 위험이 높다. 이처럼 겨울철 악화하기 쉬운 전립선비대증을 대비하려면 평소 전립선 정기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 유독 겨울에 증상 심해져

전립선비대증은 40, 50대 이상 남성의 대표적인 남성질환이다.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소변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이 겪고 70대를 넘기면 거의 모든 남성에게 발생할 정도다. 최근 평균 수명이 10~15년 이상 늘어나고 고령인구 증가로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매년 7%씩 꾸준히 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계절과 상관없이 전립선이 점점 커지는 질환이지만, 특히 겨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추운 날씨 탓에 땀이 줄고 체내 수분량이 늘면서 소변량도 많아져 방광이 과민해지기 때문이다. 대한전립선학회에 따르면 전립선 질환은 겨울에 환자가 20%가량 더 늘어났다.

과도한 음주도 증상을 악화시킨다. 낮은 기온 탓에 과민해진 방광이 전립선을 수축시키고 요도를 좁게 만든다. 게다가 술을 마셔 소변량까지 늘면서 방광에 부담을 주게 돼 배뇨장애를 악화시킨다.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전문의와 상담하지 않고 맘대로 감기약을 먹다가 화를 부를 수 있다. 감기약에 들어 있는 에페드린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의 교감신경 활성제 같은 성분이 방광기능을 떨어뜨려 환자에게 배뇨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윤상진 가천대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술자리가 잦은 요즘 같은 연말에 과도한 음주나 임의 복용한 감기약 등으로 인해 급성 요폐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를 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 과음하거나 감기약을 맘대로 먹지 말고, 본인의 배뇨상태에 따른 전문의 진단을 받은 뒤 약 처방을 받으면 급성 요폐 같은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빈뇨ㆍ잔뇨감을 느끼면 전립선비대증 의심해야

전립선비대증의 가장 대표적인 이상 신호는 소변 보는 횟수가 정상보다 늘어나는 빈뇨다. 하루 8~10회 이상 소변을 보거나 소변줄기가 가늘고 끊기거나, 찝찝한 느낌이 계속되거나(잔뇨감), 야간에 소변을 보는 (야간뇨) 등이 동반된다.

겨울에 많이 생기는 급성 요폐는 방광에 소변이 꽉 차있는데도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괴롭기도 하지만, 제때 소변을 빼내지 못하면 방광염이 생기거나 콩팥이 손상되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방광이 점점 늘어지고 수축력도 떨어진다. 환자의 50~75%는 과민성 방광 증상이 있다. 자칫 소변을 지리는 요실금도 겪을 수 있다.

병이 악화되면 방광기능을 잃어 소변조차 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수술해도 방광 기능은 회복되지 않아 도뇨관으로 소변을 배출할 수 밖에 없다. 이밖에 요로 감염, 콩팥 기능 손상으로 인한 신부전 등도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병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일상생활 방해도 심각하다. 배뇨장애로 인한 자존감 저하,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잦은 배뇨로 직장생활, 외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초기 간단한 약물 치료로 개선 가능

전립선비대증은 조기 발견하면 약을 먹는 것으로도 호전된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메커니즘의 먹는 약이 처방된다.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시험 결과, 해당 약을 먹은 뒤 수술 필요성이 64%까지 줄었다.

전립선비대증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약을 6개월~1년 이상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다. 약을 꾸준히 먹지 않거나 치료가 늦어져 약물 치료로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 최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높은 수술법이 많이 나왔다.

병 악화를 막기 위한 생활습관 실천도 중요하다. 증상이 악화하는 겨울에는 반신욕과 내복 착용 등으로 항상 몸을 따뜻이 유지해야 한다. 특히 과음하면 소변량이 늘어나 방광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감기약을 먹을 때에는 항히스타민, 에페드린, 항콜린 등 전립선비대증 부작용 성분 유무를 확인하고, 담당 전문의에 본인 배뇨상태를 알려 해당 성분을 빼고 처방 받아야 한다. 가급적 커피와 탄산음료ㆍ음주ㆍ흡연은 삼가야 한다.

윤 교수는 “전립선이 커지는 50대부터 남성은 정기 검진을 통해 본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 표(IPSS)]

*지난 한 달 간 소변볼 때를 생각하며 각 질문에 점수를 표시하여 주십시오.

*경미(0-7), 중등도(8-19), 중증(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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