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판부 “대가성 인정 어렵다”
김정주 대표와 30년 지기 각별
陳 맡은 직무에 넥슨 현안 없어
130억원대 주식수익 추징 불가
2. 한진 일감 몰아주기 청탁 유죄
처남 회사 147억 이익 챙겨주고
법인카드ㆍ급여 명목 3억 등 받아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48) NXC 대표에게서 공짜로 받은 주식은 ‘뇌물’이 아니라 30년 지기의 ‘선물’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식 뇌물 혐의 무죄로 진 전 검사장은 130억원대 대박 수익을 추징당하지 않게 됐다. 다만, 다른 뇌물죄 등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13일 넥슨 주식 매입자금 등 김 대표에게 받은 뇌물 혐의와 관련해 “직무 관련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6월 김 대표로부터 비상장 주식 1만주(4억2,500만원)를 공짜로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됐다. 이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차량 리스비용과 여행 경비 등 2014년 12월까지 총 9억5,3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 기간 진 전 검사장의 직무에 김 대표나 넥슨의 현안이 없어 대가성을 짚을 대목이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나 소송 등에 대비한 ‘보험성 뇌물’이라는 검찰 주장에 재판부는 “개연성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의 지위상 언제든 김 대표 관련 수사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직위에 따른 직무권한을 고려해야지 지위만으로 대가성을 짐작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김 대표가 대기업을 운영한다는 것만으로 장래의 직무 관련 발생 개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친구가 검사니까, 나중에 형사사건에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해서 돈을 줬다”거나 “친구가 검사라서 (빌려준 주식 매입자금을) 돌려 받길 포기했다”고 고백했지만 이조차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두 사람은 보통 친구 사이를 넘어 ‘지음(知音ㆍ마음이 통하는 친한 벗)’의 관계”라며 ‘각별한 우정’에서 9억여원의 금품이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 대해 “‘유일한 친구’라 불렀고, 아주 친한 친구였으며, 특별한 케이스”라고 진술한 사실도 짚었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주식을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지난 탓에 이후에 받은 뇌물과 함께 ‘포괄일죄(하나의 목적으로 연이은 범행을 하나의 죄로 묶는 것)’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아 이 쟁점은 살펴보지도 않았다. 뇌물공여로 기소된 김 대표는 당연히 무죄가 선고됐다. 대박이 예고된 비상장 주식을 사업가 뒤를 잘 봐줄 고위 검사인 친구만 무상으로 챙긴 뒤 큰 부를 누리게 됐음에도 무죄가 난 점은 국민 정서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진 전 검사장이 2010년 5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내사사건을 종결한 뒤 한진그룹 소속 서용원(67)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만나 처남에게 용역 일감을 몰아주도록 청탁해 총 147억원의 이익을 챙겨준 혐의(제3자 뇌물죄)는 유죄가 났다. 그는 처남 회사 법인카드를 썼으며, 급여 명목으로 총 3억원을 장모의 계좌로 받아 자녀의 학원비 등을 지출하기도 했다. 진 전 검사장이 공직자 재산 등록 때 재산을 숨기려고 처남 등 명의로 2014~2015년 금융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제법 위반)도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에게 “검찰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고, 격무에 시달리며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검사들의 자부심과 명예를 떨어뜨리며 검찰 조직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식 뇌물 혐의 등이 무죄가 나서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중요 쟁점에 법원과 견해 차가 있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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