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식 의료체제 벗어난
비선의사가 시술했을 가능성
김씨 성형전문의원 운영
靑 관저 출입 ‘보안손님’의혹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수시로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누가, 어떤 경위를 통해 시술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경내 의무실에서는 피부미용 시술을 할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공식 의료체제를 벗어난 ‘비선 의사’가 시술을 맡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을 비선 진료해온 것으로 확인됐거나 의심을 받는 의사는 김영재씨와 김상만씨다. 모두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진료하며 친분을 쌓아온 이들로, 특히 김상만씨는 최씨 이름으로 대리처방 받은 주사제를 지참하고 청와대로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투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김씨는 정맥주사를 이용한 만성피로 치료 전문이라 성형시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원장으로 근무했던 녹십자아이메드 관계자는 “김씨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필러, 보톡스 같은 미용성형 시술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의혹은 성형전문의원을 운영하는 김영재씨에게 집중된다. 김씨는 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최씨를 단골로 두고 필러, 보톡스,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등 다양한 피부미용 시술을 해준 인연을 바탕으로 현 정부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2014년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에게 “굉장히 좋은 성형 기술이 있는 의원이 있다.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라며 직접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최씨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아 시술을 받고 만족감을 느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청와대에 아무런 직책이 없는 김씨가 실제 대통령 성형시술을 담당했다면 부속실 관리를 받으며 비밀리에 청와대 관저를 출입하는 ‘보안손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호실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료가방을 든 보안손님’의 존재를 확인해줬는데, 뒤집어 보면 ‘가방 하나에 시술 도구를 모두 담을 수 있고 전문적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관저에서도 가능한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필러 시술은 필러를 주입할 주사와 마취크림, 환자를 눕힐 침대나 의자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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