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진청장 임명… 마사회 낙하산 회장 관행 계속
향후 공공기관장 임명에서도 ‘관피아’ 무혈입성 관측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은 후 처음으로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명관(75) 전 회장 퇴임으로 공석이 된 한국마사회장에 이양호(57) 전 농촌진흥청장이 임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이 전 청장을 차기 회장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며 “15일 오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회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 복수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번 마사회장 임명은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대신하게 된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 주요 보직에 대해 첫 번째 인사권 행사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고, 부처의 제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결재만 해준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신임회장은 농식품부(과거 농림부) 및 산하기관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공직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이 적지 않다. 이 신임회장은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뒤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진청장을 지냈다. 내부 인사인 박양태(55) 현 마사회 경마본부장이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관피아’의 힘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마사회 노동조합은 “회장 자리는 언제나 정권에서 내려오는 낙하산들의 전리품에 불과했다”며 외부 출신 회장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향후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관피아’들이 줄줄이 무혈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기는 어렵고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들이 손 쉽게 자리를 따낼 공산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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