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법조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빌려주며 뒷돈을 챙기고, 의뢰인과 법인자금 등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부장판사 출신 한모(58ㆍ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를 구속(본보 12월 13일자 1ㆍ10면)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27년간 입은 법복을 입었던 한 변호사는 ‘투자의 귀재’로 변신해 막대한 부를 쌓아보려다 고배를 마신 뒤 브로커들의 ‘검은 제안’에 손쉽게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한 유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이던 2008년 2월~2013년 2월 비상장주식과 건설 시행사업 등에 투자했지만 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고 사채업자 등에게서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다.
망가진 그에게 로펌 사무장 행세를 하는 김모(56)씨 등 브로커들이 손을 내밀며, 한 변호사에게 사무실 마련 비용을 대줬다. 한 변호사도 대신 그들에게 자신의 ‘명의’를 내줬다. 한 변호사는 아예 ‘변호사 한명수’라고 쓰인 명패까지 제작해 브로커에게 넘기기도 했다. 그는 2013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브로커 김씨 등 4명에게 명의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사무장 로펌’ 3곳을 운영하도록 해줬다. 브로커들은 ‘매달 500만원 지급과 큰 사건 알선’ ‘매달 소송사건 1~2건 알선’등으로 전관의 양심을 사들였다. 한 변호사는 브로커들과의 공생으로 8,000여만원을 벌고 그들이 쥐어준 사건을 맡았다.
한 변호사는 2014년 2월~지난해 10월 권모씨 등 브로커 3명에게 총 1억2,500여만원의 알선료를 제공하고 사건을 수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Y 법무법인의 자금과 의뢰인이 맡긴 보관금 등 총 4억7,000여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대법관에게 양복 한 벌 해줘야 한다”며 300만원짜리 의류 상품권을 뜯어냈고, 판사 휴가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아낸 비위를 저질러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두 번이나 받는 등 법조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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