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법원, 금지 결정 내려
“日 전역에서 사라지게 할 것”
“2013년 집회에서 한 일본인 중학생이 재일한국인을 모두 학살하자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범죄자이고 위험한 존재니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한일 간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인은 일본의 적이 된다고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으로 오사카(大阪) 쓰루하시(鶴橋) 지역에서 혐한집회가 더는 발붙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달 20일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가 오사카의 한인타운에서 예정됐던 혐한집회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끈질기게 법적 투쟁을 해온 재일한국인 시민단체가 있다. 코리아NGO센터의 곽진웅(51) 대표는 22일 인터뷰에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일본에서 가장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혐한집회를 금지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기뻐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오사카 한인타운 JR 쓰루하시역 근처에서 혐한집회를 열었던 한 남성이 또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자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곽 대표는 “오사카의 번화가인 난바(難波)나 우메다(梅田)의 혐한집회도 문제지만, 쓰루하시의 혐한집회는 재일한국인에게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며 “예로부터 한국인들이 장사를 많이 하는 곳인데, 정신적,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게 컸다”고 설명했다.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구호는 재일한국인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그는 “쓰루하시 한인타운에서 2013년부터 혐한집회가 끊이지 않았고 올해만 해도 2, 3달에 한번씩 집회가 열렸다”며 “험악한 말들이 시장에서 김치 장사를 하는 한국인 할머니를 향해 쏟아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리아NGO센터의 활동은 양심적인 일본 시민단체들의 응원도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지난 5월 일본 국회에서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ㆍ혐오 발언)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헤이트스피치 억제법’이 통과됐고, 오사카시는 7월부터 헤이트스피치가 열릴 경우 주최한 단체를 공표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곽 대표는 “일본 전체에서 혐한집회가 사라지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 정부를 설득하고 일본 시민들에게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강조해 나갈 것”이라면서 “혐한집회가 열릴 때는 그 앞에서 항의집회로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NGO센터는 한국인을 비롯한 재일외국인의 인권 보호, 재일한국인에 대한 민족교육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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