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담당’ 뇌 전두연합영역
청소년 시기 마지막에야 완성
납득 안 되는 행동, 자연스러워
욕구의 좌절로 생기는 갈등
논리적 설득에만 의존 말고
아이 눈높이서 이해 노력을
지난 시간 우리는 자녀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만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약 내가 자녀라고 생각해봅시다. 부모님의 그런 기대가 어떻게 느껴질까요. 나를 믿고 기대해 주시는 부모님에게 감사할까요, 아니면 부담스러울까요.
아마 둘 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기대가 없으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느껴질 테고, 기대가 너무 크면 부담될 테니까요. 따라서 기대는 높게 가지되 이해는 바닥부터 해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자라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태어났으니까요. 다만 부모가 믿고 지지해준다면 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보다 향기롭게 살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삼중뇌와 세 개의 욕구
첫 시간에 다뤘던 뇌와 욕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미국의 뇌과학자 폴 맥린은 인간의 뇌를 크게 파충류의 뇌, 구포유류의 뇌, 신포유류의 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클레이턴 폴 앨더퍼는 기본 욕구를 생존, 관계, 성장 셋으로 구분했습니다. 세 개 층의 뇌 작용이 인간의 욕구라는 정신 작용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진화를 거쳐서 지금과 같은 삼중뇌를 가진 것처럼, 인간은 태어나서 어른이 되기까지 뇌 발달의 과정을 거칩니다. 아기들은 아직 복잡한 감정이나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이를 담당하는 뇌가 아직 발달하지 않았으니까요. 아기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세상에 살아남는 것입니다. 인간의 아기는 부모의 도움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매우 약한 존재입니다. 부모의 보호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기는 살아남아 점점 자라게 됩니다. 보호와 애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다음은 훈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4~6세가 되면 아이들은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7세 무렵은 부모 형제자매 외에 다른 의미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시기입니다. 교사나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겁니다. 7세 이전의 아이들은 매우 자기중심적이라면 이 시기를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협력하는 힘이 커지게 됩니다. 초등학교 시기 아이들은 지적인 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함께 살면서 마음을 나누고 규칙을 지키는 사회생활을 배우게 됩니다.
중학교 시기에는 뇌와 신체가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충동적인 욕구도 강해지고, 감정적으로도 예민해지고, 사고도 복잡해집니다. 신체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아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때입니다. 중학생들의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행동들은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청소년기의 마지막 즈음에는 이성적 사고와 의사결정 등을 담당하는 뇌의 컨트롤타워, 전두연합령의 발달이 완료됩니다. 이제야 비로소 뇌와 신체가 어른이 됩니다. 거의 20년을 컨트롤타워 없이 세 개의 뇌에 의해 살아온 셈입니다. 그러니 자녀를 키우는 일이 어려운 겁니다.
아이들이 이런다면 얼마나 좋을까?
10세 아들이 8세 동생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때 엄마가 이야기합니다.
“명철아. 동생을 괴롭히면 안 돼. 괴롭히면 안 되는 이유를 네 가지 말해줄게. 첫째, 동생이 다칠 수 있어. 둘째, 동생은 아프고 슬퍼. 셋째, 당연히 엄마도 속상하고 화나겠지. 넷째,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 만약 누가 너를 그렇게 괴롭힌다면 너는 어떻겠니.”
엄마의 논리적인 이야기를 듣고 명철이가 대답합니다.
“아!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네요. 안 되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다니 놀라워요. 자세히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아이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아이는 가정의 작은 어른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명철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을까요. 엄마가 친절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면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을 바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3 매직 양육법’으로 유명한 미국의 토마스 펠런 박사는 이를 ‘작은 어른 가정’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를 작은 어른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착한 마음을 가졌고 합리적이며 이타적인 존재라고 규정한 겁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대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이 시도해봤을 겁니다. 잘 되던가요. 대부분 대화로 시작해서 설득하게 되고 말다툼이 일어나고 결국 소리치고 혼내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아이들을 작은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아이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일 뿐입니다. 앞서 살펴본 뇌의 발달 과정에서 보면 아직 전두연합령의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원래 자기 욕구에 민감하고 비이성적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런 존재인 것입니다. 이런 아이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이지요.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이 세상에 스스로 서서 함께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세상을 살 수도 없지만, 부모의 품에서 언제까지나 살 수도 없습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도와주며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욕구의 충족과 좌절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충족하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방긋 웃고, 친절하게 말하고, 좋은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항상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욕구가 좌절될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인상을 쓰거나 울기 시작하고 거칠게 말하고 화내며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의 어려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는 없다. 2.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것도 시켜야 한다. 3. 따뜻하게 돌보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1. 원하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2. 원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한다. 3. 나는 부모보다 작고 약하다.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부모와 아이들의 어려움이 서로 충돌하면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잘 해결하면 가정이 평화로워지고 자녀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진 아이로 성장합니다. 반대로 잘 해결되지 않으면 가정은 전쟁터가 되고 자녀는 무력감을 느끼거나 거친 말과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서로의 어려움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첫째, 아이는 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원래 그런 거에요. 아직 뇌가 발달하고 있는 중이라서 어른처럼 생각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 원래 그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루에 수십 명이 찾아와서 아프다고 호소하면 누구라고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사는 그러지 않습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이 자신의 전문적인 역할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원래 그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전문적인 역할입니다. 셋째,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이론을 이해하고, 방법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이론을 살펴보았다면 다음 시간부터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유진 세종온빛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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