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유영상(46)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집에서 약 20㎞ 떨어진 영산강 승촌보를 자전거로 다니며 운동한다.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던 지난 3월 21일 승촌보를 다녀오다 앞바퀴에 펑크가 났다. 타이어엔 압정이 1개 박혀 있었다. 3주 뒤에도 같은 곳을 지나다 또다시 펑크가 났다. 이번엔 뒷바퀴에 압정이 3개나 박혔다. 타이어에 박힌 압정은 자전거 도로 색과 같은 빨간색이 칠해져 있었다.
승촌보 인근에서 ‘빨간 압정’으로 펑크 피해를 당한 이는 유씨뿐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서 자전거 동호회 회장을 맡았던 박우(60ㆍ광주 서구)씨도 펑크 피해를 당했다. 박씨는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승촌보 인근을 지나다 압정으로 인한 펑크 피해를 당한 회원이 20명이 넘는 등 피해가 계속돼 압정 수거 활동을 펼쳐야 할 정도였다”며 “경찰 신고 이후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가 사라지는 듯 했다”고 밝혔다.
약 6개월 뒤인 지난달부터 승촌보 인근에서 펑크 피해가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 빨간 압정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잠복 수사에 들어갔고 1주일 만인 21일 강모(39)씨를 붙잡았다. 강씨는 지난 10일 오후 승촌보 인근 자전거 도로에 압정 30여 개를 뿌려 펑크를 내는 등 지난달 16일부터 최근까지 25명의 자전거를 훼손한 혐의(재물손괴ㆍ도로교통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승촌보 인근에서 자전거 수리 노점을 운영하며 펑크를 때워 주고 수리비 명목으로 5,000원씩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경찰에 "최근 다니던 자전거 수리점을 그만둔 뒤 돈이 없어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의 집에선 다음에 사용하기 위해 빨갛게 칠해 놓은 압정도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3월에서 4월 사이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강씨에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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