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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심사평] 12년간의 프로젝트… 출판의 새로운 표준

입력
2016.12.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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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글을 쓰고 읽는 ‘미디어 민주화’ 시대다. 정보가 범람하고 폭주하면서 쓰나미를 일으키는 바람에 글을 읽는 것이 필요한 통찰을 제공하기는커녕 인지장애를 일으킬 정도다. 이런 때일수록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선별하며, 조직하고 압축하여 질적 높이를 이룩하는 편집의 힘은 더 절실하다.

본심에 오른 여러 책들은 지식을 조직하고 정보를 디자인하는 우리 사회의 편집 능력이 어떤 절정에 올랐음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화제가 빠르게 형성되고 소멸하는 초연결사회에 발맞추어 사회적 사건을 신속히 기록함으로써 공동의 의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속도의 편집’은 한국출판의 확연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그 만듦새까지 훌륭했다면, 아쉬움이 무척 적었을 것이다.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책은 신뢰를 더하고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디자인과 관련한 실천으로 알마의 편집은 책의 물성에 대한 뜨거운 찬탄과 중요한 관심을 받았다. 작가를 기념하는 새로운 실행도 훌륭했다. 자체 기획된 콘텐츠였다면 더더욱 좋았을 것이다.

‘국정 교과서’라는 외눈괴물이 정신을 답답하게 만드는 시대에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는 표현의 자유와 편집적 실천이 견고하게 결합할 때에만 드러나는 ‘책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상기시킨다. 첫 책이 나온 후 지금까지 열두 해 동안 이 시리즈는 기획, 편집, 서술,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역사출판의 수준 높은 표준이 됐다. 올해 출간된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시도여서, 그 고된 노력을 특별히 우러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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