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절차 어떻게 되나
당장 폐기 가능성은 낮아
23일 의견 수렴이 마감됨에 따라 당초 약속대로 교육부는 내주 중 역사 국정교과서의 학교 적용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시기를 1년 연기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의 공식 입장은 “교과서는 정권과 상관없는 일인 만큼 예정대로 일정을 추진한다”는 것.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준식 사회부총리의 국회 발언을 교육부의 입장전향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계획대로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이면 절차는 간단하다. 내년 1월 최종본을 완성한 뒤 2월까지 한 달여 동안 인쇄해 보급하면 3월 신학기에는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새 역사 국정교과서를 도입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최종본 제작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강행이 쉽지는 않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워낙 거센 데다, 정국의 한 축인 야당들도 국정교과서 폐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들도 여차하면 관내 중ㆍ고교를 상대로 역사 과목을 1학년에 편성하지 않도록 하거나 일선 학교에 교과서 주문을 취소토록 종용하는 식으로 국정교과서가 쓰이는 일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폐기할 가능성도 없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장은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국정교과서 폐기란 있을 수 없다”며 “쉽지 않겠지만 교과서를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국정ㆍ검정 혼용(混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국 남는 선택지는 시행 시기를 한 해 늦추는 방안이다. 교육부가 이 방식을 택할 경우 초ㆍ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만 바꾸면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중1, 고1의 경우 본래 2018년 3월 1일부터 적용되도록 지난해 고시됐는데 중학교 역사, 고교 한국사만 한 해 앞당겨 2017년 3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단서를 교육부가 달았다. 이 부분만 수정해 다시 고시하면 기존 역사 검정교과서를 중1, 고1 학생들이 그대로 쓸 수 있다. 고시 개정에 한 달가량, 검정교과서의 주문ㆍ보급에 또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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