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의견 수렴 마감
“오류 300여건… 유신정권 옹호”
역사학계의 혹평ㆍ성토 이어져
지난달 말 시작된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23일 마감됐다. 22일까지 제출된 의견은 2,741건으로, 교육부는 이 중 분명한 오류 10여건만 수용한 상태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의 현장적용에 대해 “국민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으나 의견 수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교육부에 수렴된 의견은 절반 이상(1,519건)이 교과서 내용에 대한 것이었고, 이어 오ㆍ탈자 지적 53건, 이미지 관련 지적 28건, 비문 지적 10건이었다. 나머지 1,131건은 기타로 분류됐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을 표현한 의견들이었다. 국정교과서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7만3,107명, 교과서 열람 횟수는 14만5,651번이었다. 1명당 두 권을 본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중학교 역사 1, 2와 고등학교 한국사까지 총 3종을 웹에 공개했다.
교육부는 이 중 16건을 즉시 수정하도록 반영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세형동검 출토 지역을 중학교 교과서와 통일한다든지 동해와 황해 명칭 표기를 바다 가운데로 이동하는 등 명백한 사실 오류만 수정 대상이 됐다.
그러나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평가는 가혹하다. 지난달 30일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이틀간 검토 후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만 안중근 의사 저서 및 도산 안창호 직책의 오기(誤記) 등 300건을 상회하는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정희ㆍ이승만 대통령과 대기업을 미화하는 쪽으로 서술이 치우쳤고, 인과관계나 의미 설명 없이 사실만 나열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22일 열린 역사학계 토론회에서는 현대사 연구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는 “중요한 사실만 추려도 항상 지면이 부족한데 헌정 질서를 유린한 사람들의 변명까지 불필요하게 소개해 결국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정진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국정교과서가 경제정책 변화를 안보 위기와 직결시켜 박정희 정권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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