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당국 2008년 CT 입수
여생 3~5년 남았다고 결론”
日 아사히 신문 보도
MB 3년 후 “통일 도둑같이 올 것”
金 그해 숨져 예측은 맞았지만
北 무난한 권력승계 예상 못해
한미 정보당국이 지난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머리 부분을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 자료를 입수해 “여생이 3~5년 남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갑작스런 통일을 강조하며 대북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북한 붕괴론을 확산시킨 데는 이 같은 정보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23일 한미 양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전 위원장이 2008년 8월 15일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미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그의 CT 스캔영상을 입수해 뇌 상태를 면밀하게 검토했다”며 “뇌졸중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3~5년 안에 사망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의 병세에 비춰 뇌졸중이 재발할 경우 더 이상 연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김 전 위원장이 쓰러지자 평양으로 초청한 프랑스 의사가 머리 부위 수술을 집도했다”며 “중국 의료 관계자들도 치료에 참여해 김 위원장은 3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 업무에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또 김 전 위원장이 당뇨병에 걸린 사실도 전하면서 “뇌졸중에서 회복한 뒤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잇따라 방문했지만, 권력승계를 둘러싼 스트레스가 결과적으로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했다.
공교롭게도 3년 후인 2011년 6월 2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라며 “한밤 중에 그렇게 올 것이기 때문에 항상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이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다”며 “오해를 살까 봐 말을 안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뜬금없는 북한 붕괴론이란 지적이 많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불과 6개월 뒤인 2011년 12월 17일 갑자기 숨졌다. 3~5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2008년 한미 양국의 예측이 적중한 셈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이명박정부는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에 대해 큰 기대감이 없었기에 갑작스런 통일에 대비하자는 어젠다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심각한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은 이명박정부 첫 해인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거치면서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지만, 2009년 10월에는 임태희 노동부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비밀접촉을 가지며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다만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거치면서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2011년 김 전 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북한 체제의 불안정을 부각시키는 정부의 북한 붕괴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당시 대통령 외교안보자문단으로 활동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CT가 아니더라도 얼굴의 주름살 변화를 비롯해 김 전 위원장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다양하게 제기돼 왔다”며 “이 전 대통령이 각종 회의에서 CT 자료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당국의 한 인사는 “이명박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정권이 붕괴될 걸로 봤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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