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말연시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지만 온 나라가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허탈감과 박탈감으로 여기 저기 아프다는 사람도 많다. 스트레스의 의학적 정의는 평형상태의 위협이나 불협화음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생리적이고 행동적인 반응을 통해 원래 평형상태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위나 소장, 대장의 감염, 점막염증, 출혈 등 내부 스트레스가 있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는 소화액 분비나 운동 및 혈관 내 혈액 분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기능성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목가슴 부분이 뭉쳐 소화가 안되거나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설사하기도 한다.
그럼 이런 외부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중추신경계나 위장관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들은 분리돼 독립적으로 발생하기보다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모든 것을 프로그램하고 우리 감정과 행동을 조절한다고 생각했던 뇌와 별도로 식도부터 위, 소장, 대장으로 이어지는 소화기는 또 하나의 작은 뇌를 형성해 수많은 신경과 호르몬을 통해 자율 조절하며 필요하면 뇌와 대화한다.
1980년대 새로 만들어진 ‘뇌-장관축(brain-gut axis)’이란 단어는 중추신경계 내 감정ㆍ인지를 담당하는 부위와 위장관 내 감각, 운동 등 실제 기능을 나타내는 부위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시각, 후각 등 외부 자극이나 감정, 사고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에서 생기는 변화들은 위장관의 감각, 운동, 염증, 분비 등과 같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장관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자극들도 중추신경계의 통증 인지,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예로 쥐의 대장에서 발생하는 자발적인 수축 운동이 뇌교의 청반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각성이나 불안감 증가는 장 운동에 필수적인 소장의 이동성 위장관복합운동 빈도 감소와 관련이 있다. 즉 뇌-장관축은 긴밀한 상호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본래 존재하던 완전하고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려고 생리적 자각 증상으로 우리에게 SOS를 보내는 것이다.
내가 스트레스로 인지하기 전부터 내 몸의 위와 대장이 먼저 스트레스의 리트머스처럼 우리에게 뭔가가 필요하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밖에서 조언이나 처방을 구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지만 더 가치 있는 일은 우리 내면과 신체와 정신 작용을 통찰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몸에 해로운 담배나 술에 의존하거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른 사람과 만나기보다 우리 몸을 면밀히 관찰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중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관찰을 통해 내 행동을 정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로 보인다. 즉 휴식과 적절한 운동, 조화로운 식사를 하고 금주, 금연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암 예방 10대 원칙’처럼 ‘하루 한 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까지는 지키기 어렵다 해도 어수선한 세밑에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 우리 몸과 마음이 평안한지 리트머스 역할을 하는 위와 대장을 위해서도 매우 이로운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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