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ㆍ검정도서 혼용 방안은 국정교과서 폐기 여론과 긍정적인 평가를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그는 “여러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당장 내년에 기존 검정교과서와 다른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국정교과서를 쓰는 연구학교 학생들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와 관련한 질문에 “교육과정이 달라도 교육 방법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지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공통된 학업성취도로 평가하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2018학년도부터 국ㆍ검정교과서를 혼용하고, 내년에는 연구학교를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쓰게 한다는 건 국정교과서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강행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연구학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다르게 배우게 되는데 문제는 없나.
“정책은 중요한 사안들을 두루 고려해 결정한다. 웹 공개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종합해 결정했다. 폐기 여론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이 긍정적인 평가도 해 함께 고려했다. 교육과정이 다른 것은 수능 시험과 관련해 공통된 학업성취도로 평가하면 된다. 교육과정이 다르긴 하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토론이라든지 학습 참여라든지 교육 방법과 교과 과정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 공통 성취도 범위에서 평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_대통령령을 수정해야 하는데 시기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에 따르면 교과서 개발하는 데는 1년 6개월 전에 공고가 돼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게 하려면 13~14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유가 있고 2009 교육과정에 맞춰 만든 교과서라 해도 내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14개월 기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한다.”
_대통령령을 즉시 고치나.
“2달 정도 통상 걸리지만 최대한 단축하면 40일 정도에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추진할 계획이다.”
_1년 유예, 국ㆍ검정 혼용 방안으로 국정화 불씨를 되살려 놓은 듯하다. 이런 결정을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한 건지, 어느 기관과 협의했는지 궁금하다.
“웹 공개 통해 국민 여러분들의 의견을 받았고, 다양한 시민단체와 국회, 교육청, 교육감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안정적으로 역사 교육이 이뤄지는 방안을 찾았다. 행정적인 절차로는 교육부 장관이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가 정책이 행정적 절차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여러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안을 도출했다.”
_갈등이 이런 조치로 해소될 걸로 보나. 2018년으로 1년 유예했지만 탄핵 이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데, 국민 대다수는 시작부터 반대 여론이 많았고 지금도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양다리를 걸친 거 아닌가.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졸속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부분들이 제일 크지만, 연구학교에서 1년 동안 쓰면 더 질 좋은 교과서 만들 수 있을 테고, 검정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다양성도 확보했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고 했는데, 찬성하고 있는 숫자도 적지 않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좌고우면하면서 가는 건 아니다.”
_국정교과서를 쓰고 싶은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한다고 했는데, 규정이 어떻게 되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부모와 운영위원이 논의하고 학교장에 신청하면 된다.”
_온도 차가 있으면.
“그건 교육부가 관여할 내용은 아니다.”
_학교장이 최종 결정하나.
“교사나 운영위원 의견을 무시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_2018년까지 유예를 하면 검인정과 국정을 섞어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몇 %나 되나.
“이렇게 하겠다는 거다. 앞으로는 국정과 검정 혼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고,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 교과서는 국정교과서 하나뿐이니, 검정을 개정하도록 할 예정이다”(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_차기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
“우리가 결단을 한 거다. 국정만 쓰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지 않나. 예단하기 어렵다.” (박성민 부단장)
_연구학교를 지정해서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상 내년부터 혼용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연구학교 지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연구학교는 별도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이 교과서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연구학교 지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거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금용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장)
_교육부 장관 고시를 수정하겠다는 것인가. 내년부터 혼용으로 보이는데…
“현장에서 적용성 높이기 위해 연구학교를 지정하는 거다.”(금용한 단장)
_희망하는 학교 수요 조사를 해보셨으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조사한 적은 없다. 1월에 조사할 것이다.”(금용한 단장)
_(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었던) 교학사 교과서 재판 우려된다고 말씀해오셨지 않나. 혼용한다고 해도 선택한 학교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국정도서와 검정도서 몇 종이 될지 모르지만, 선택하게 할 거다. 1년 동안 좋은 교과서를 개발해 많은 학교가 채택하게 하려고 한다.”(금용한 단장)
_연구학교에 지원금 같은 혜택이 있나.
“다른 연구학교와 같은 수준에서 지원할 거다.”(금용한 단장)
_국회에서 1년 유예 방침을 검토했다가 밤 사이 기류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부총리가 63%로 반대 의견이 많았고 했었는데, 막판에 찬성이 폭주해 64%로 뒤바뀌었다.
“언론이 제기한 많은 문제가 있었다. 같이 고민해 왔다. 그러면서 몇 가지 안으로 좁혀 왔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안을 채택한 거다.”(금용한 단장)
“(의견 수렴 목적 중에) 찬반 의견 받는 건 없었다. 그런데 기타 의견에 많이 올라왔다. 언론에서 유예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국정 찬성하는 분들이 올린 걸로 추측이 된다.”(박성민 부단장)
_대통령령 개정이면 황교안 권한 대행과 협의가 있었나.
“행정적 절차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하지만 구체적인 대통령령 개정은 실무적으로 추진할 부분이다.”(금용한 단장)
_국회에서 역사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2월에 통과되면 국ㆍ검정 혼용도 못 하는 거 아닌가. 대비 계획 있나.
“좋은 교과서 만드는 데 매진할 뿐이다. 법률 부분은 국회 몫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금용한 단장)
_혼용되면서 국정이 여럿 중 하나가 되는데, 진보 성향 교육감이 채택하지 말라고 종용했을 때 교육부는 어떻게 할 건가.
“학교장과 구성원들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본다. 저희가 좋은 교과서 만들고 다양한 역사 교육 이뤄질 수 있도록 혼용 방안 만들었을 때는 교육감들이 협조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금용한 단장)
_박성민 국장도 월권 아니냐고 했는데. 교육감이 밀어붙일 때 협조만 요구할 수 있나.
“새 방안 만들어졌고, 사전에 말씀 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역사 교육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금용한 단장)
_황교안 대행이 대통령령 개정 권한 있나.
“국무회의 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금용한 단장)
_대통령령을 개정하게 되면 1년 6개월에서 1년 전에 편찬 기준 공고하게 될 텐데, 편찬 기준은 현재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 그대로 가져 가는지.
“현재 편찬 기준 그대로다.”(금용한 단장)
_연구학교 향후 계획은.
“연구학교는 연구한 내용을 교육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1년 간 연구 결과 보고하게 되기 때문에 질 높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질 높은 교과서 만드는 전 단계다. 학교장이 신청하게 되면 그 학교를 수용하고 지원할 생각 있다.”(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_연구학교 지원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연간 1,000만원 정도가 공통적이다.”(금용한 단장)
_앞으로 경쟁 체제가 되지 않나. 연구학교에 1,000만원을 지원하는 게 검정교과서의 경쟁에서 이득을 주는 것 아닌가.
“전체적인 교과서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금용한 단장)
_검정교과서도 지원하나.
“검정교과서는 지원이 없다.”(금용한 단장)
_규정 개정 일정을 좀 알려 달라.
“일정 정리해 드리겠다.”(남부호 정책관)
_여론조사 내용 중 건국절 관련 주장이 가장 많았다. 여론을 어떻게 할 건지, 반영할 건지.
“쟁점 됐던 부분이고 학술토론회에서도 팽팽했다. 반대 의견이 많이 들어왔는데,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 올리는 분들이 있는 반면 찬성하지만 가만히 계신 분들도 있다. 어쨌든 소중한 의견들이고, 집필진에 전달했다. 반영할 것인가 어려운가, 심각하게 토론하고 있다. 집필진이 수용해 고쳐야지,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가 고쳐라 마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박성민 부단장)
세종=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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