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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태영호 “김정은에 10조달러 줘도 핵 포기 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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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태영호 “김정은에 10조달러 줘도 핵 포기 안 할 것”

입력
2016.12.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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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까지 핵개발 완성 목표

새로 집권한 한국·미국 정부와

핵보유국 지위 갖고 대화할 것

北주민 낮엔 ‘김정은 만세’ 외쳐도

밤에는 한국 영화ㆍ드라마 즐겨

해외선 매일 아침 한국 언론 봐

지난 8월 탈북해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8월 탈북해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탈북해 귀순한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의 핵개발과 사회 실상, 외교관으로서 간직해온 북한체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기자회견은 예정된 1시간30분을 훌쩍 넘겨 2시30분간 진행됐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3일 사회 복귀 조치가 이뤄졌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핵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경제적) 인센티브의 문제가 아니다”며 “1조, 10조(달러)를 줘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2017년 말까지 핵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핵 질주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고, 미국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 인수 인계하는 시기가 (핵 도발의) 적기”라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의 정치 일정 때문에 핵 개발을 중지시킬 물리적,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이야기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이 정치적 명분과 지도자로서의 정체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은 아버지(김일성)가 빨치산 대장이고 어머니(김정숙)도 빨치산 대원이었다. 게다가 성리학적 측면에서도 김정일은 김일성의 장자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정은은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이 급작스럽게 후계자를 지목하며 차기 지도자로서의 명분도 쌓지 못했고, 북한에서 출신 성분이 낮은 재일동포 출신 생모(고영희)도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할 만큼 정체성도 불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아버지와 함께 해온 늙은 동료들 앞에서 차마 우리 어머니가 김정일의 공식 부인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백두혈통의 허구성”이라고 비판했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 공화당 정권의 속성상 또 네오콘이 (대북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실상과 관련,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저녁에는 이불을 쓰고 한국 영화를 보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 주민은 물론 저같은 엘리트층도 기회주의적으로 살고 있다. 그렇게 살아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해외에 상주하는 북한 사람들은 매일 같이 한국 뉴스와 드라마, 영화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태 공사는 특히 “북한 외교관들이 아침에 제일 먼저 컴퓨터에서 열어보는 게 한국의 언론”이라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도 “‘태영호 저 놈이 뭐라고 지껄이지’하며 다 볼 것”이라고 했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냐’는 물음에는 “조금 공부한 사람들은 ‘불멸의 이순신’, ‘정도전’, ‘징비록’, ‘육룡이 나르샤’ 같은 역사물을 좋아하고,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배용준이 나온 ‘겨울연가’와 비가 출연한 ‘풀 하우스’가 인기 있었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북한 주민 여러분, 쭈뼛거리지 말고 김정은에 반대해 모두 들고 일어나면 김정은 노예제는 물먹은 담벽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며 “탈북민은 목숨 걸고 탈북한 통일 선봉자”라고 역설했다. 이어 “3만명 탈북민 외침이 임진각에 외쳐질 때 통일의 앞날은 당겨질 것”이라면서, 두 손을 번쩍 들고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그는 내년부터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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