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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관의 모터로그] 국산차의 모태는 수입차?

입력
2016.12.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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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라는 시각의 이면에는 우리 것이 아니라면 멀리하는 배타적인 관점이 배어 있다. 애초 국산차 탄생은 선진 브랜드의 기술 이전에서 비롯됐으니 분명 한계가 있지만, 아직까지 국산과 수입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널리 통용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국내 기업에서 수입차는 왠지 타서는 안될 것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의 불모지에서 자동차 수출 강국이 되기까지는 조력(?)자의 지대한 공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국산차 개발의 단초였던 수입 브랜드를 살펴보고 그 얽힌 관계를 알아보자.

한국전쟁에 참가한 미 군용 지프. FCA 제공
한국전쟁에 참가한 미 군용 지프. FCA 제공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메이커는 군용차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 브랜드 지프다. 전쟁 통에 기반시설의 대부분이 파괴된 그 시절 우리 선배들은 미군이 남겨둔 지프를 고치고 되살리며 기술을 익혔다. 그렇다. 1955년 국제차량공업사의 이름으로 도전한, 깡통을 두드려 빚어낸 지프를 닮은 승용차 시발이 진정한 의미의 첫 국산차니까. 시발은 우리 자동차 역사의 시발이었다. SUV 카테고리의 자동차를 고유명사인 ‘짚차’라 부르는 게 익숙하고 자연스럽지 않나?

닛산자동차는 2008년 11월 무라노와 로그를 앞세워 국내에 정식 진출했지만 사실 국산차의 모태와 같은 새나라자동차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닛산의 블루버드를 수입해 조립, 생산한 것이 최초로 대량생산된 국산차의 효시니까. 새나라자동차는 신진공업사에 합병되어 1966년 신진자동차가 된다. 이후의 제휴 노선은 토요타로 바뀌어 CK 생산을 통해 코로나를 시장에 선보이는데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수입차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토요타가 중국 진출을 위해 1972년 신진자동차에서 철수하자 신진 경영진은 GM을 끌어들여 GM코리아를 설립한다. 이후 GM코리아는 1976년 새한자동차로, 1978년 대우자동차로 바뀌면서 변혁을 맞이했고 현재는 쉐보레가 되었으니 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셈인가?

삼성자동차(현재 르노삼성)가 1998년에 선보인 SM5가 닛산 세피로(미국명 맥시마)를 바탕으로 만든 모델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SM5는 닛산의 엔진(휘발유)과 모회사 르노의 플랫폼으로 만든 중형차로 바뀌었으니 이 또한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이 만든 삼성자동차 SM5. 닛산 세피로를 베이스로 만든 중형차였다. 르노삼성 제공
삼성그룹이 만든 삼성자동차 SM5. 닛산 세피로를 베이스로 만든 중형차였다. 르노삼성 제공

이제는 세계 4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난 현대자동차의 출발은 고작 1967년이었다. 척박한 상황을 타개하는 중심은 역시 기술제휴였고 첫 번째 파트너는 포드였다. 그렇게 시장에 출시된 차가 코티나였다. 이후 포드와의 협력에 실패해 고유모델 개발에 나섰는데 그게 바로 1975년 국내 최초로 태어난 포니였다. 당시 디자인 역량이 미흡해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도움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알파 엔진으로 독자 엔진 개발에 성공한 게 1990년대 초반이지만 이제는 글로벌 얼라이언스로 엔진을 수출하는 기업이 된 지 오래다.

1965년에 설립된 아시아자동차의 첫차는 피아트 124. 당연하게도 피아트와의 기술제휴에서 시작된 차였다. 돌이켜 보면 군사 정부가 1962년 강력한 수입억제책을 펼쳤는데, 그 ‘자동차보호법’이 결과적으로 국내 메이커의 기술 독립을 장려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 정부가 합작법인의 설립을 통한 자국 시장의 진출만을 허락해 기술을 습득한 방식과 궤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정부가 주도하는 경공업 육성책과 대기업 위주의 급속한 드라이브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일취월장으로 발전했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신차 출시 시험대로 통하는 독특한 시장이 됐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 국내 브랜드, 해외 자본에 인수됐지만 독자적인 디자인 개발 역량을 갖춘 브랜드, 막대한 신차 개발비를 해외에서 수혈 받아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브랜드 등 자동차 메이커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첨병에 서 있다. 악전고투 끝에 해외 기술을 얻어와 자동차를 조립해 팔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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