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사 단속에 교육부 반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관내 고등학교 역사 교사들에게 소속 학교의 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막아달라고 종용했다. 교사들과 역사교육 현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다. 교육부는 발끈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서 ‘역사교육의 새로운 미래 열기’라는 주제로 마련한 서울 역사교사 토론회에 참석해 “연구학교를 지정하거나 지정하지 않을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고, 통상적으로 교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신청할 수 있다”라며 “국정교과서 채택을 두고 연구학교 내에서 혼란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가 부담을 덜어주자”고 말했다. 사실상 교육부 방침에 협조하지 말 것을 설득한 것이다.
교육부는 전날 내년에 당장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연구학교로 지정, 우선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구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이 자유롭기 때문에 교육과정 적용 시기와 상관없이 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교사가 승진 가산점수를 받을 뿐 아니라 학교당 연구비도 1,000만원씩 지급된다. 일종의 당근이다.
이날 조 교육감은 서울 지역 학교들의 연구학교 지정에 최대한 협력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각 학교가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려면 논의가 필요한데 교과서 채택을 둘러싸고 (반대하는) 학부모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이거나 교육시민단체들이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등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2월 말에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도 있고 정부의 향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만큼, 욕을 먹어도 학교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 1년 간은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라도 내년에 연구학교가 되면 2019년 말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정과 검정을 쓴 학생들이 나뉜다”라며 “수능 정답 시비라는 또 다른 갈등이 잉태될 소지가 있고 미묘한 차이가 점수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공부 부담도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한테 포괄적 교육과정 운영 지도 권한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교육부의 연구학교 지정을 별 이유 없이 교육감이 거부하면 규칙에 따라 가능한 조치를 찾겠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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