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이명박(MB)정부의 핵심 인사를 포함한 친이계가 결집하는 모양새다.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준비 시간이 부족해진 반 총장 측에선 정권 창출 경험이 있는 MB인사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 ‘MB맨’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공개적으로 “반 총장 귀국 후에 도울 상황이 생기면 도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과거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정권 창출 경험이 있는 MB정부 수석 출신들이 반 총장 귀국 후에 적극 도울 뜻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외곽에서 정책 홍보 메시지나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주로 맡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친이계 출신으로 최근 신당 합류를 보류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보수와 중도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대선 후보는 반 총장뿐”이라며 “반 총장이 대선 행보를 한다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반 총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외교통으로 분류되는 친이계 출신 박진 전 의원은 이미 반 총장 측에 합류해 정무 파트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MB정부에 몸 담았던 인사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국내 정치권에서 반 총장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 전 원내대표는 최근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것을 보니 (정치권이) 반기문 총장이 겁이 나긴 나는 모양”이라며 가장 먼저 반 총장을 적극 방어했다. MB정부 초대 총리였던 한승수 전 총리는 일찌감치 반 총장의 자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친이계 차원의 결집은 아니라며 개인적인 인연이나 여권의 대안부재론 속에서 반 총장 측을 돕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선 캠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친이계 인사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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