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 아침이 밝아왔다. 이번 제야의 종 앞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인파가 자리했다. 연인원 1,000만명을 넘어선 10차 촛불집회를 마치고 자리한 사람들로 인해 인파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모두가 지난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마다의 소망과 기원을 꺼내 들었다. 유난히도 복잡다단했던 병신년(丙申年)을 모두가 힘겹게 보내었기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기대와 희망은 이전에 없던 결기마저 느껴졌다.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한 달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새해와 관련하여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았다. 2017년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다각적으로 비교해보기 위해 2014년과 2015년의 같은 시점에 생산된 데이터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이와 함께 거시적인 차원에서 2017년은 어떻게 전망되고 또 대비가 필요한 영역은 무엇인지 같은 시기의 뉴스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새해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나라 걱정
SNS 데이터는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 데이터를 통해 추출했다. 추출 대상 시기는 2016년 12월 1일부터 31일까지였고, 2014년과 2015년 같은 시기에 대해서도 함께 데이터를 추출했다. 추출 시 이용했던 키워드 쿼리는 ‘2017년’ ‘새해’ ‘신년’ ‘정유년’ 등과 함께 ‘소망하다’ ‘기원하다’ ‘~했으면 좋겠다’ 등을 결합해 활용했다. 물론 2014년과 2015년 데이터에 대해서는 해당 년도의 나타내는 키워드로 수정해 추출했다. 이와 함께 뉴스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시스템을 활용해 같은 시기를 대상으로 했다. 관련 뉴스 추출의 키워드는 연도를 나타내는 단어들과 함께 ‘한국’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전망’ ‘예측’ 등을 결합해 실시했다. SNS에서 언급된 내용이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각과 바람을 표출한 것이라면, 뉴스 기사를 통해서는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SNS 분석을 통해 나타난 2017년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예상 범주 안에서 결과값을 보여줬던 2016년의 사례와 같이 ‘복’ ‘행복’과 같은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소소한 내용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간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촛불’ ‘대통령’ ‘송박영신’ ‘나라’ ‘광화문광장’등과 함께 ‘뭉치다’ ‘승리하다’와 같은 언급이 빈번히 나타났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나 희망보다는 오히려 각오나 다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렇듯 사회적 이슈가 개인들의 일상 속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관심과 해결이 필요한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한 것은 2015년을 앞둔 시점에서 추출된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팽목항’과 ‘슬픈’ ‘아픈’ 등의 단어들이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뉴스에서는 대내외 상황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져
뉴스에서 나타난 결과는 한마디로 다양한 대내외 우려에 대한 대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7년의 대한민국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시도했음에도 ‘중국’과 미국 및 중국을 포함한 ‘G2패권경쟁’ ‘도널드 트럼프’ 등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이슈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두 나라가 새해 전반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으로 역할 할 것임을 예상케 하고, 관련해서 우리의 입장과 지향을 나타내주는 ‘균형외교’가 눈에 띄었다.
아울러 장기화된 불황 속에 어떻게 그 활로를 찾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들이 ‘민간소비’ ‘금융시장’ ‘경제성장률’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정치ㆍ사회적인 이슈에 있어서는 예상 외로 ‘대통령선거’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의 인용 여부와 관련된 내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책의 수립과 대응이 필요한 ‘고령화’나 ‘저성장’의 문제는 내년에도 그 중요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키워드는 ‘불확실성’이었다. 사실 3개월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국정농단 사태의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내적으로는 당장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통령 선거 자체가 갖는 불확실성이 너무도 크고, 그 과정에 있어서의 정치적 변동 또한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대외적으로도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정책기조가 얼마나 변화하게 될지, 또한 사드 배치로 표면화된 우리와 중국의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지속적인 주목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가 가능하기에 대비 또한 이루어질 수 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정부가 얼마나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새해를 맞아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로 분발이 필요하다. 국민들에겐 나라걱정 말고도 해야 할 걱정들이 켜켜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SNS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 중 트위터 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4년과 2015년, 그리고 2016년 12월 1일 ~ 12월 31일까지를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하였음. 아울러 뉴스기사 관련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하여 2016년 12월 1일 ~ 12월 31일 동안 방송(MBC, SBS, YTN)과 신문(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13개 매체)에서 추출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