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2017년이 밝았다. ‘격동’은 괜한 수사가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이로 인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 개시는, 그 결과가 무엇이든 한국 사회를 크게 뒤흔들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논점 2017’(북바이북 펴냄)은 이 때문에 태어난 책이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토론하는 공론장이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우리 사회 주요 이슈 42가지를 뽑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책을 담고 있다.
당장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명분으로 불거지는 개헌론은 그 자체가정치적 폭탄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기득권 포기, 국론통합을 위한 충정으로 ‘개헌론’의 외피를 감싼다면 그 개헌론은 상대를 ‘대통령병 환자’로 공격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개헌은 되어도 좋고, 안되어도 좋은 다목적 무기”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본다면 성사여부를 떠나 개헌론은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릴 것이다. ‘세월호’로 상징되는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해 안병은 정신과 전문의는 ▦모두가 충분히 슬퍼할 것 ▦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 ▦ 이 아픔을 우리 시대에 끝내겠다는 의지를 가질 것 등을 주요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순실게이트’로 드러난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방향도 관심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그간 주장되어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대신 수사권 박탈 등 검찰권 축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문제가 있다고 더 강력한 ‘옥상옥’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검사들이 정상적인 크기의 권한만을 갖고 본연의 임무만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개혁도 중요하다. 물론 여기서 노동개혁은 유연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인터넷을 달구고 모두를 공분케 했던 주제가 소위 ‘갑질’논란이었다. 전근대적 갑질은 ‘헬조선’‘흙수저’ ‘노오력’ 등 다양한 신조어를 낳았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이런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연대임금제도 도입 등 스웨덴 모델을 토대로 한 개혁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경제민주주의, 핵무장 찬반, 사드문제, 성과연봉제, 의료민영화 논란 등 다양한 이슈와 주장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책 속의 책’이란 이름 아래 별도로 다뤄진 ‘기본소득’ 논의도 살펴볼 만 하다. 저성장ㆍ인공지능(AI)ㆍ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왜 필요하고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의 글들을 실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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