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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당선소감 |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따뜻한 그림으로 남길

입력
2017.01.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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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마애불

박경임

1964년 전북 남원 출생

서울 진관초등학교 교사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서산 마애불’ 의 박경임씨.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서산 마애불’ 의 박경임씨.

어릴 적 새벽잠에 취해서 듣던 엄마의 도마 소리는 노래처럼 좋았습니다. 노을 지는 저녁 무렵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 친구들과 썰매 타며 놀던 겨울 냇물도 좋았습니다. 힘들 때 이런 그림을 하나씩 꺼내 보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동시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를 읽을 때도 그림이 떠오르며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내 속에 있던 아이와 동시 속의 아이가 만나 함께 놀면서 재미있었고 슬픈 아이를 만나면 내 속에 나도 모르게 있었던 작은 아픔과 상처를 위로 받기도 했습니다. 내가 위로 받았듯이 내 동시도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따뜻한 그림으로 남아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눈이 살짝 바닥에 쌓였던 날 첫눈 소식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닥에 있던 눈이 갑자기 공중으로 붕 날아오른 것처럼 얼떨떨하고 흥분되었습니다. 신춘문예에 응모할 용기를 준 우리 반 아이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에 동시를 소리 내어 읽고 알림장에 동시 한 편을 또박또박 쓰고 벽에 붙여 놓은 동시에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하며 놀아주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의 동시에 후한 점수를 주어서 그 칭찬에 힘을 얻어 신문사 문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유경아, 주영아, 현수야 ...... 모두 고마워.

아직은 내 동시가 덜 뜨겁다고 수줍어했는데 뜨거운 그림이 될 것으로 믿고 동시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주신 송찬호 선생님, 이안 선생님, 한국일보에 감사합니다. 이제 더 넓은 곳으로 나왔으니 더 막막한 길을 외롭게 가겠습니다. 내 속의 아이가 나이 들어 어린이들과 못 놀게 되지 않도록, 눈이 어두워져서 사물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는 일이 없도록,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더 사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속에서 늘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과 형제들, 묵묵히 자신의 그림 세계를 일구고 있는 화가 남편 정일영, 부족한 엄마 옆에 있어준 연우, 연두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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