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미풍 약풍 강풍
윤지양
1992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믿기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날, 하루 종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전화를 받기 전에 읽고 있던 시집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맥이 풀려서 옆에 있는 동생이랑 끌어안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려서 한숨도 못 잤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잠도 조금씩 더 자게 되면서 조금씩 진짜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소감문을 씁니다.
시를 만난 것은 언제나 우연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물에서 시 한편이 마음에 들어 곧장 그 시인의 전집을 사서 읽게 된 것,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다 서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어 읽고 놀랐던 것, 졸업하기 전 친구의 추천으로 소설 수업을 들으려다 의도치 않게 시 수업을 듣게 된 것, 모두 우연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어쩌면 걸어가는 길의 일부였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다 시를 쓰게 되었고 어쩌다 이런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다 쓸 때까지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불안했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시가 계속 저를 붙잡았습니다. 끊임없이 망설이면서 가는 길이 이 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시는 어쩌다 어딘가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이 상은 잘 떠나라고 격려해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 이외의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2016년도에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모두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함께 걷는 길을 찾겠습니다.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가족들, 미안합니다. 앞으로도 미안할 일만 있을 것 같아서 더 미안합니다. 계속 시를 쓰라고 격려해주셨던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제가 저를 믿기 전에 먼저 확신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응원해주던 친구들, 내 말을 들어주고 기꺼이 글을 봐주는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몸 안에 쌓인 풍경들, 소리들, 모든 느낌이 진짜라고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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