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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을 인기로… "모두 집중해, 원썬의 소리"

입력
2017.01.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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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온라인 상에 떠도는 '원썬 모의고사'. 반응이 뜨겁자 2탄까지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상에 떠도는 '원썬 모의고사'. 반응이 뜨겁자 2탄까지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음 ( )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는?

"패스하면 ( )에요. 왜냐면 ( )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을 거에요."

지난해 여름 한창 온라인 상에 떠돌던 게시물이다. MC 가리온, 주석과 동기인 1세대 MC 원썬(김선일·38) 을 주제로 네티즌이 구성한 모의고사 '원썬 영역'이다. Mnet '쇼미더머니5' 출연 후 인지도가 오르면서 그의 이력을 코믹하게 정리한 내용이 함께 인기를 끌었다. 힙합계에는 "늙은이는 안된다, 이건가?" "짬(경력)에서 나오는 바이브" 등 원썬의 유행어와 '1일 3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1일 3썬'은 하루에 세 번씩 원썬의 영상을 보며 기분전환을 한다는 뜻이다.

원썬은 탈락자다. 그것도 꽤 망신스럽게 떨어졌다. 그는 지난 5월 참가한 '쇼미더머니5' 2차 예선에서 심사위원 전원에게 탈락 판정을 받았다. 1990년대를 연상케 하는 비트와 가사가 이유였다. 원썬은 자신만만했던 태도와 상반되는 결과로 무안해했지만 되려 인기는 많아졌다. 덩달아 오디션에서 선보였던 '원썬의 소리 파트2'도 유명해졌다. 원썬은 해당 곡으로 공연까지 펼치는 대인의 면모를 보였다.

1세대 MC 원썬은 Mnet '쇼미더머니5'에서 참가자로 출연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가 30초 만에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후 인터뷰에서 원썬이 한 발언이 유행어로 남았다. Mnet 방송화면 캡처
1세대 MC 원썬은 Mnet '쇼미더머니5'에서 참가자로 출연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가 30초 만에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후 인터뷰에서 원썬이 한 발언이 유행어로 남았다. Mnet 방송화면 캡처

1. '쇼미더머니'도 다 알던 '꼬마 달건이'의 전설

원썬은 1999년 클럽 마스터 플랜에서 데뷔했다. 마스터 플랜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많은 동료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떠났지만, 원썬은 끝까지 마스터 플랜에 남아 앨범을 발매했다. 공식적인 데뷔는 2001년 싱글 앨범 '어부사'다. 타이틀곡 '넌 내게'에서 힙합과 국악을 섞은 시도를 선보였다.

동양적인 음악 정체성은 원썬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국악축전', '서울 가을 국악 한마당' '국악토크쇼' 등 국악 무대에 올라 힙합과 국악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 공연을 선보였다. 영화 '두사부일체', '달마야 서울가자', '굳세어라 금순아' 등 영화 OST 프로듀싱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의 성향은 그가 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교수의 증손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많은 1세대 MC들이 그렇듯 원썬도 활동 내내 자금난에 시달렸다. 공사판 막일, 대리운전, 택배, 호프집, 편의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투잡을 뛰었다. 수입은 대부분 악기를 구입하는 데 들어갔다. 동료들에 비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2012년 경력을 인정받아 Mnet '쇼미더머니1'의 심사위원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 이를 거절한 후 4년 만에 참가자로 출연한 '쇼미더머니5'의 2차 예선에서 그는 30초 만에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허세 가득한 인터뷰와 오디션 영상이 온라인 상에 돌면서 원썬은 얼떨결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지난 7월 Mnet '음악의 신2'에서 허세 유행어를 선보여 이미지를 굳혔다. 같은 달 6년 만에 신곡 'K.I.R'를 발매해 '쇼미더머니'의 실패를 만회하는 세련된 프로듀싱을 선보이기도 했다.

원썬은 2013년부터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힙합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의 목적은 역시 돈보다 음악이다. 언더그라운드의 신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취지다. 입장료로 얻은 수익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기고 후배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힙합을 좋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선 '1일 1썬'(하루에 한 번 원썬의 영상을 본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힙합가수 원썬을 검색하면 '원썬이 자꾸 생각난다'는 반응의 '원썬 추종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힙합을 좋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선 '1일 1썬'(하루에 한 번 원썬의 영상을 본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힙합가수 원썬을 검색하면 '원썬이 자꾸 생각난다'는 반응의 '원썬 추종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국악 대중화 강의한 힙합가수

'쇼미더머니5'에서는 웃음거리가 됐지만, 2000년대 초반 원썬의 '국악 랩'은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됐다. 그는 2001년 첫 싱글앨범의 타이틀곡 '넌 내게'에 가야금 연주를 입혔다. 수록곡 '축귀'에도 가야금, 거문고, 해금 연주를 활용해 마당놀이를 연상케 하는 선율을 완성했다. '축귀'는 원썬이 '쇼미더머니5'에서 선보인 랩의 원곡이다. 그는 프로듀싱 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국악의 대중화 모색'을 주제로 강의를 하거나 국악 축제에 참여할 정도로 국악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엔 유행을 역행하는 원썬의 래핑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도 꽤 많다. 종종 '원썬의 소리 파트2'로 무대를 꾸미는데 떼창을 불러올 정도다. 방송 이미지와 다르게 팬들에게 보인 자상한 면모가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 '원썬 추종자'도 늘고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naver.com

● 원썬의 소리 Part 2

● 축귀 (feat. Is )

● K.I.R(Ooh La La La) (feat. Chris Cho)

● Like Your Boy (feat. Saemiroo)

● Old Boy (feat Joe Brown)

● 넌 내게 (Feat. 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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