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류모(45)씨는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 라이딩에 나섰다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대형 트럭이 류씨 일행을 위협하듯 스치고 지나면서 자전거 여러 대가 ‘휘청’ 했다. 넘어지기라도 했더라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류씨 일행이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곳은 37번 국도. 경기도 파주시에서 시작해 연천군 등 경기 북부를 지나는 이 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경기 일산 파주 지역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이날 라이딩 참가자는 모두 14명으로 대부분 도로 사이클 경력이 5년 넘는 실력 있는 동호인들이었다. 류씨는 “차량 통행량이 적은 곳이지만 간혹 지나가는 차량에 자전거가 통행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맨 끝 차선에서도 오른쪽 부분에 붙어 한 줄로 주행했다”고 밝혔다. 또 “차량이 자전거 행렬을 추월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6명, 8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을 지키며 달린 결과는 오히려 위협 운전의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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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느꼈던 류씨 일행은 영상과 함께 당시 상황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관할 경찰서인 연천경찰서 교통관리계는 해당 트럭 운전자에 도로교통법 제19조 2항(자동차 등의 운전자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자전거 운전자에 주의하여야 하며 그 옆을 지날 때에는 자전거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여야 한다)에 따라 안전운전의무위반 통고처분(범칙금 4만원, 벌점 10점)을 내릴 예정이다.
한문철 교통사고전문변호사는 “이론적으론 자전거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차량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도로에선 가능한 한 길 가장자리 구역으로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 법규상 차량이 자전거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더라도 안전운전의무 위반 외에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작은 충격에도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균형을 잃고 쓰러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들은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류씨는 “도로에서 그저 자전거가 꼴 보기 싫다는 이유 만으로 위협하는 자동차 운전자를 종종 만난다”며 “이들은 도로는 자동차만 다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법적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하면 우마차, 오토바이,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영상편집=한설이 인턴PD
영상제공=류모(45ㆍ일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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