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세력 ‘호헌’ 비판에 선제 대응
스웨덴처럼 강력한 지방분권 원칙 명시
文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대통령 4년 중임제… 발표 시기는 신중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스웨덴 사례처럼 강력한 지방분권 원칙을 명시하는 것을 포함한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공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의 개헌을 이르면 차기 정부 1년째인 2018년 6월 지방선거, 늦어도 임기 상반기에는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당 안팎의 개헌세력으로부터 ‘호헌세력’이라는 공세를 받을 바엔 차라리 개헌에 대한 구체적 밑그림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4일 창원시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지방분권이라 생각한다”며 “재정분권, 자율적 직제 결정권 등 연방정부에 준하는 강력한 권한을 지방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기대선이 이뤄지고 개헌에 대한 논의가 빨리 모아질 수 있으면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단순하게 지방정부에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분권의 원칙을 분명히 선언하고 입법ㆍ조세ㆍ재정 등 세부적인 권한들도 지방에 이양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를 위해 스웨덴 등의 사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헌법에 해당하는 스웨덴기본법 중 하나인 정부조직법 제1조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대의제와 지방자치를 명시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초 싱크탱크인 국민성장(가칭)에 개헌 공약 마련을 부탁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 후보 당시에도 대통령 4년 중임제ㆍ책임총리제ㆍ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등을 포함한 개헌 공약을 밝혔다. 국민성장은 이를 골자로 이번 대선에서의 개헌 공약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도 “여의도 정치권과 언론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관심을 두는데,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선거제도 개편이 더 중요하다”며 “대통령 권력을 같은 중앙권력인 입법부가 일정부분 나눠 갖는 것보다 아예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헌 공약 발표 시기에 대해선 “서둘러 발표할 경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국회 개헌특위 논의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일단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문 전 대표 측에선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선 공약으로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함께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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