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중 유독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에 남는다. 순수한 모습으로 낯선 이방인을 쳐다보는 그 표정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 기억을 회상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맑은 눈동자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하는 건지도 모른다.
UN 세계행복보고서를 만드는 기관에서 아이들에게 행복을 물었다. 미래의 주역들은 이렇게 답했다.
“행복은 사랑이에요. 세계가 사랑으로 가득하다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죠.” 7학년 마샬.
“행복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거예요. 저에겐 제가 원하는 것을 얻는 거예요.” 6학년 프랭크.
“행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해요. 행복하지 않다면 순간순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거예요.” 7학년 세실리아.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 그리고 토론하는 과정이 저를 행복하게 해요.” 7학년 차히드.
“항상 행복할 순 없어요. 행복의 이면에는 언제나 슬픔이 존재하니까요.” 6학년 로렌.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전쟁은 없을 거예요. 그럼 다들 행복하겠죠.” 7학년 자에나.
“행복하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진정 행복한 길이에요. 그래야 슬픈 일도 금방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6학년 아브나시.
아이들은 내게 알려주었다. 살아가며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말이다.
배움 35 행복은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는 것이다.
똑같이 순수함을 지닌 이 아이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 아이들이 서로 다른 모습의 어른이 되는 건 어쩌면 정치 경제 문화 종교라는 각각 다른 옷을 입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삶은 그 나라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행복한 사회는 물질의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사람 간의 연대의식 안에서 하한선을 함께 약속한 모습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들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고민들을 중요시했다. 몇몇 국가가 특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들이 그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에 걸맞는 제도와 시스템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사회상은 무엇일까?
어느덧 7개월 반의 행복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힘이 되어준 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소중한 친구들이었고, 그들로 인해 배움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리고 각각의 배움들은 개인적인 행복리스트가 됐다.
영국 에든버러에서의 일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VIP 입장권이 한 장 생겼는데 입장하려면 정장을 입어야만 했다. 단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현지에서 정장을 구입했다. 그 순간만을 위한 결정이었다. 여행으로 인해 행복을 달리 해석하게 됐다. 무엇으로 인생을 채우는지, 그것들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에 따라 행복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을까. 에든버러에서 순간의 소비는 낭비가 아니라 행복을 위한 준비였다.
행복에 정답은 없다. 사랑, 가족, 친구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돈, 명예, 권력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삶에 주는 의미를 아는 것이라고 친구들은 알려주었다.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이제 현지인 친구들에게 줄곧 해오던 질문을 던지며 칼럼을 마친다.
당신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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