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에서 1,600만명의 관객을 모은 화제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4일 국내 개봉했다. 수작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으나 개봉 전 유료시사회를 열어 ‘변칙개봉’을 해 빈축을 산데다 감독 인터뷰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등 잇단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4일에만 13만 8,028명이 관람해 한국영화 ‘마스터’(10만2,182명)를 제치고 일일 흥행순위 1위에 올랐다. 예매율(5일 오전 9시 기준)은 27.4%로, 5만6,700명의 예매관객수를 보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스터’(13.2%)와 ‘패신저스’(12.4%)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예매매출액만 4억6,000만원이고, 누적매출액은 이미 16억원을 넘었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너의 이름은’은 지난 3일까지 개봉하지 않고도 7만4,239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6억원대의 누적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과 1일 열린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연 덕분이다. 하루 275개 스크린에서 340회 이상 상영해 얻은 결과다.
대작이나 화제작들은 개봉 전 ‘세’를 과시하고 매출이라는 실익을 얻기 위해 유료시사회를 행하곤 한다. 사실상 개봉이라 다름 없는 행태로 같은 기간 상영 중인 영화에 피해를 끼치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편법’ 또는 ‘꼼수’ 전략이라는 눈총이 쏟아지곤 한다. 지난해 1,150만 관객을 모은 ‘부산행’도 개봉 전 유료시사회로 수십만 관객을 모아 영화계의 질타를 받았다. 무리한 변칙 개봉을 강행해 ‘2016년 유일한 1,000만 영화’라는 수식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따랐다.
‘너의 이름은’도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국내 흥행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변칙 개봉이 이뤄져 향후 흥행몰이의 의미가 빛을 바랠 가능성이 크다. ‘너의 이름은’의 수입사 미디어캐슬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지난해 8월 개봉해 1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1,640만 관객을 동원, 일본 역대 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일본 역대 흥행 2위, 지난해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개봉 10일만에 1,700만 관객을 모으며 5억6,000만위안(한화 약 969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홍콩 대만 태국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도 초청돼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지난 연말엔 로스앤젤레스(LA)비평가협회에로부터 최우수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너의 이름은’은 서로 몸이 바뀐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본 얼개는 단순하지만 시골 마을에 혜성이 떨어지면서 마을이 사라지는 상황과 시공간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혼란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한 ‘너의 이름은’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을 이을 것으로 오래 전부터 기대를 모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다.
업계에서는 ‘너의 이름은’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유료시사회를 했어야 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수입사 입장에서야 유료시사회는 입소문을 내는 좋은 홍보 전략일 수 있다. “팬 서비스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계 상도의에는 어긋나는 행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충분히 흥행할 것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유료시사회 등으로 시장을 교란시킨다면 독립∙예술영화는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너의 이름은’의 홍보 전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봉 당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신카이 감독의 인터뷰를 일부 보수 성향의 언론에만 배정하려 해 문제가 됐다. 작품의 내용이나 감독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언론의 논조와 성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에게 ‘너의 이름은’이 ‘보수성향의 애니메이션”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인 지 ‘너의 이름은’의 홍보사 국외자들은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전면 취소하는 촌극을 벌였다. 국외자들의 한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한국 매체의 선별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상황”이라며 “그러나 한국측의 사정을 설명해 인터뷰를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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