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색 키워드로 고객 행동 예측
월마트, 고객들 문장 의미 분석… 관심 상품 초기 화면에 띄어
국내 업체 이마트ㆍ11번가도 고객들 구매 패턴 비교 분석
2. 인간형 로봇 ‘실벗’도 등장
롯데백화점서 고객 안내 수행… “사람 얼굴 인식해 서비스 제공”
“무말랭이, 정말 좋아!”
한 여성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난 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5분 후 이 여성의 남자친구에게는 세계 1위 유통기업 월마트의 월마트랩이 보낸 메일이 도착한다. “곧 여자친구 생일입니다. 방금 여자친구가 하루키의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가 좋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하루키의 다른 책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무말랭이가 반찬이 아니라 하루키의 에세이라는 것을 월마트랩은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그 동안 월마트랩이 이 여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취향을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구매 이력 등 고객 정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외부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월마트랩은 월마트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2011년 만든 혁신 연구소다. 이 곳에선 ‘폴라리스’라는 시맨틱 검색(단순 키워드 검색이 아닌 문장의 의미를 분석해 정보를 제공)엔진도 개발했다. 각 개인의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를 자주 언급했을 때 이 정보를 수집한 월마트는 쇼핑몰 초기 화면에 커피메이커 할인행사 내용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객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공략하기 위해 데이터 확보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 역시 마켓분석팀에서 1,500만명의 이마트 포인트카드 회원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내부 매출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하는 게 목표다. 오미현 이마트 마켓분석팀장은 “연령이나 주거지, 소득 같은 정보보다는 고객들이 어떤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어느 곳에 머물며 이마트 안에서도 어떻게 쇼핑하고 나가는지 구매 패턴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고객의 구매 주기와 상품 소모 주기 등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펴고 있다.
국내 업체인 11번가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로 고객 만족과 매출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11번가는 모바일에서 딥 러닝(데이터를 통한 기계 학습) 기술에 기반한 영상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제 상품을 촬영해 11번가 모바일 어플로 검색하면 해당 상품의 색깔, 재질, 패턴, 모양 등을 딥러닝 알고리즘이 분석해 11번가의 수많은 상품 중 유사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100만개의 상품 이미지 데이터 학습을 통해 구축된 이 알고리즘은 11번가에 등록된 350만장의 상품 이미지를 비교해 가장 비슷한 상품을 찾아준다. 이 추천 서비스를 적용한 결과 모바일에서 고객이 상품을 클릭해 보는 비중은 5.6% 늘고, 매출도 2.9% 증가했다. 지난해 8월부터 고객 문의에 일대일 상담해주는 대화형 서비스인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에는 올해부터 챗봇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쇼핑 도우미 역할을 할 로봇 ‘실벗’(Sil Bot)을 올 상반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에게 음료를 제공하거나 쇼핑을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실벗의 상용화를 맡고 있는 벤처기업 로보케어의 최용원 전무는 “실벗은 사람의 얼굴 인식뿐 아니라 감정도 읽어낼 줄 아는 인간형 로봇”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말 정책본부에 AI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최창희 롯데미래전략센터 상무는 “롯데가 갖고 있는 2,700만명의 엘포인트 회원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달 IBM과 손잡고 AI 소프트웨어 ‘왓슨’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빅데이터에 기반한 기술 혁신 움직임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기술이 너무 앞서가 소비자와 유리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2월 가구업체와 통신업체가 손잡고 거울 앞에 앉으면 피부 상태를 알려주고 피부 관리 조언까지 해주는 ‘매직미러’를 출시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없어 1년도 안 돼 단종됐다. 최 상무는 “모든 기술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쇼핑을 돕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며 “개발한 기술을 내세워 소비자를 바꾸려고 하기 보다 소비자 요구에 따라 필요한 기술을 개발ㆍ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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