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도 모른 채 숨져 피해자ㆍ유족 극심한 고통”
옥시 연구소장 등도 중형… 존 리 전 대표는 무죄
롯데마트ㆍ홈플러스 간부들도 금고ㆍ징역형 선고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6일 인정했다. 이날 선고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지 5년 반 만에 가해자들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는 6일 신현우(69)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균제 원료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실증자료가 없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문구를 용기 라벨에 써서 업무상 과실을 범했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해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 결과 제품의 라벨에 표시된 내용을 신뢰해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하고 사용한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중한 상해를 입게 되는 등 유례없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 곤란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숨지거나 평생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할 중한 장애를 가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어린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모들은 본인들 잘못이 아님에도 살균제를 구매, 사용해 가족을 사상케 했다고 자책하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살균제 출시 전이나 이후라도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 발생이나 확대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ㆍ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씨와 조모씨는 각각 징역 7년을, 선임연구원 최모씨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신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존 리(49) 전 대표에게는 “혐의를 증명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대표 등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광고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해 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도 기소됐지만, 법원은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하고 판매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에겐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대형 유통업체 간부들도 이날 중형을 선고 받았다.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대표(현 롯데물산 대표)와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 김모씨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돼 각각 금고 4년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전 법규관리팀장 이모씨와 전 일상용품팀장 조모씨에게도 징역 5년과 금고 4년을 선고했으며, 롯데마트 전 상품2부문장 박모씨와 전 일상용품팀장 김모씨에게도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롯데마트 제품기획에 관여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데이먼사의 한국법인 팀장 조모씨와 두 회사 제품의 제조사인 용마산업 김모 대표에겐 각각 금고 3년과 금고 4년이 선고됐다.
롯데마트는 2006년, 홈플러스는 2004년 용마산업에 제조를 의뢰해 옥시처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 두 회사 제품은 각각 41명(사망 16명),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