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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어설픈 봉합’… 구조조정 법적기구 시급

입력
2017.01.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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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용평가 41개 산업 진단

조선업 등 14개 전망 부정적

긍정적 업종은 단 한곳도 없어

한계기업 15년새 3500여곳 늘고

구조조정대상기업도 2배 증가

“제조업 거품 꺼지면 실업자 급증”

#. 2017년 11월. 철강업체 A사는 만기 채권 1,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다. 주요 거래처인 대기업 계열 건설사 B사가 전달 쓰러진 여파가 이어진 결과다.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철강산업을 지탱해준 전방산업의 실적 저조도 악재가 됐다. 하청업체들도 줄도산하면서 실업자가 급증, 올해 실업률은 지난 2001년(4.0%)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할 전망이다. 예상치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주로 작년에 이어 추가 실업자가 무더기로 양산된 조선산업 거점 지역은 점점 황폐화하고 있다.

우울한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지만, 차일피일 미뤄놓은 구조조정은 올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 및 전 세계의 보호무역 강화→국내 산업 침체 확대→기업 도산→실업자 양산과 소비 위축’ 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특히 우리 산업의 거대한 중간재 및 상품 시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은 가장 큰 수출 시장을 잃는 것과 동시에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어설프게 봉합해 놓은 기업 구조조정 탓에 죽어가는 기업이 올해도 속출할 수밖에 없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산업 기상도는 암울하다. 기업 평가기관 나이스신용평가가 올해 대내외 영향에 따른 41개 산업에 대한 위험 평가를 시행한 결과, 은행업 증권업 등 금융업과 함께 조선업 해상운송업 철강업 해외건설업 부동산신탁업 등 14개 산업의 전망이 ‘부정적’으로 진단됐다. ‘긍정적’으로 분류된 업종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 위축, 내수부진, 저성장 고착화, 대중국 수출 난항 등 대내외 환경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강화되면서 산업위험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은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증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740개)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한계기업은 2015년말 4,252개로 대폭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구조조정 대상기업(적자이고 완전자본잠식 기업) 수도 2011년 109개에서 작년 208개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기업의 위기는 고용시장에 타격을 입히고, 이는 소비 위축을 초래하면서 기업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연간 평균(1~11월) 실업자 수는 102만5,000명으로 동일한 실업자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컸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조선ㆍ해운업의 경우 2011년부터 적자 상태로 빠졌으나 구조조정은 2015년 말에서야 겨우 시작됐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미룬 채 부실기업들을 연명시킨 결과로 제조업 거품이 꺼지면 실업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채권단의 지원계획을 법원이 승인하면 바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프리 패키지드 플랜’을 도입,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상조 교수는 “지금까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은 실기했을 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에만 집착해 산업구조재편 실패와 실업 문제까지 야기했다”며 “업종 전반의 구조조정을 담당할 법적기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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