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0여명의 크고 작은 부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여월동의 한 빌라 화재사고 현장에서 50대 자영업자가 자신의 사다리차로 일가족 5명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간판 광고업체를 운영하는 원만규(50)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9시쯤 퇴근길에 빌라 화재 현장을 목격했다. 원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119소방대원들은 빌라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당시 불이 난 4층 베란다에는 구조를 기다리는 5명의 가족이 있었다. 소방 사다리차가 현장에 있었으나 사다리가 도로 쪽 전기줄에 걸릴 위험이 있어 접근을 못하고 있었다.
원씨는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에게 “근처 집에 2.5톤 크레인(사다리차)이 있는데 가져오겠다. 소방 사다리차를 빼주면 제 크레인차로 구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으로 달려가 간판을 설치하는데 쓰는 사다리차를 몰고 왔다.
소방대원들과 원씨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3명의 아이를 포함해 일가족 5명을 지상으로 구조했다. 원씨는 “크레인이 가게가 아닌 집에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부천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화재로 1명이 크게 다치고 2명이 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또 10여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건물 1~3층과 차량 9대가 불 타는 등 재산 피해도 컸다.
원씨는 “당시 현장을 목격했을 때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으로, 화재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하루 빨리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k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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