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단절 “하드 브렉시트’ 시사
“국경 통제ㆍ법률 독립 이룰 것”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리더십 위기론까지 불거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면 돌파에 나섰다. 조만간 브렉시트와 관련해 세부계획을 모두 밝히겠다고 공언하면서 EU 시장과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다.
메이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 가진 새해 첫 인터뷰에서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나고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리는 EU를 떠나고 있다”며 “EU회원국 지위를 일부 유지하기 원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는 더는 EU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 밖에서 EU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겠다”며 “EU와의 국경을 통제하고 유럽사법재판소(ECJ)로부터 독립된 법률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하드 브렉시트 방침에 대못을 박았다는 평가다.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이 이민자 유입과 국경 통제를 위해 EU 단일 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는 ‘완전한 결별’을 의미한다. EU는 영국이 국경을 통제하며 유럽 국가들이 헌법처럼 여기는 ‘이동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5억명 규모의 EU 단일 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메이 총리가 단일 시장 탈퇴를 각오하면서 오는 3월 개시될 브렉시트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메이 총리의 강경 발언은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호의 선장에 오른 메이 총리는 그동안 브렉시트와 관련된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아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3일에는 아이번 로저스 EU 주재 영국대사가 돌연 사임하며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에 목표조차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코노미스트로부터 ‘테리사 메이비(maybeㆍ애매모호) 총리’라는 조롱까지 당했다. 메이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인터뷰에서 “정부는 절대로 계획이 없지 않다”며 “앞으로 몇 주 내 세부계획을 모두 밝히겠다”고 반발했다.
영국 정부도 브렉시트 이후의 영미 관계를 다지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9일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 트럼프 측 핵심 인사와 만나 대외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도 과거 트럼프의 자신을 향한 음담패설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영ㆍ미 관계는 두 개인의 관계보다 훨씬 크다”고 협력을 예고했다. 메이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은 이르면 내달 초 정상회담을 가지며 양국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BBC는 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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