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서 분신을 기도한 승려 서모(64ㆍ법명 정원스님)씨가 9일 숨졌다.
‘정원스님분신항거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던 서씨가 이날 저녁 7시40분쯤 사망했다. 사인은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분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왔으나 위독한 상태였다. 비대위와 가족들은 평소 서씨 뜻대로 연명 치료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분신 현장에서 발견된 스케치북에는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돼야 한다. 나는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니 어떤 흔적도 넘기지 마라” 는 등 시국상황을 비판하는 유서 형식 글이 남겨져 있었다. 비대위는 “ ‘소신공양으로 매국노 집단이 일어나려는 기회를 끊고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스님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밝혔다.
1977년 출가한 서씨는 2006년 경기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이전반대투쟁 등에 참여했고, 2014년부터는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불교위원회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 1월에는 한일위안부협정에 반대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화염병을 던지려다 발각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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