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자유 수용해야 시장 잔류”
메이 총리 ‘하드 브렉시트’ 견제
유럽연합(EU)의 좌장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단절)’ 발언에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체리 피킹(Cherry pickingㆍ유리한 것만 챙기려는 행위)’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다.
메르켈 총리는 9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조합 행사에 참석해 “영국이 EU단일시장에 접근하는 유일한 조건은 이동의 자유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은 27개 EU 회원국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영국은) 체리 피킹에 기반한 협상을 할 수 없다”며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이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는 전날 영국 내 일자리를 지키고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EU를 완전히 떠나는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가 EU 입장을 대변해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해 이동의 자유를 거부할 경우, EU 단일시장에서도 나가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일단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독일의 반발뿐 아니라,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에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3%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파운드화의 급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의 잘못된 보도 때문”이라며 “나는 하드 브렉시트나 소프트 브렉시트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EU와 최상의 협상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영국은 미국과 우호적인 첫발을 떼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사위이자 최측근인 재러드 쿠슈너 등을 만난 후 “영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서 맨 앞줄에 놓일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과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서 뒷줄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뒤집은 표현이다. 존슨 장관은 또 “영국은 세계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이자 열렬한 자유무역 지지국”이라며 “올해는 양국 모두에게 매우 흥미진진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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