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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문재인ㆍ안철수… ‘모두까기’ 김종인의 다음 타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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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문재인ㆍ안철수… ‘모두까기’ 김종인의 다음 타깃은

입력
2017.01.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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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3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왼쪽) 더불어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다른 곳을 쳐다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4월 13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왼쪽) 더불어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다른 곳을 쳐다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당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김경록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 김종인 전 대표는 당장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비난하는 논평을 냈습니다. 이어 “김 전 대표가 신이 나서 평가 놀이에 돌입한 걸 보니 드디어 대선 철이 왔나 보다”라며 “장기판 옆에서 구경이라도 하게 끼워달라고 칭얼대는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다”고 힐난했는데요. 김 대변인은 “2012년 김 전 대표는 뭘 하고 있었나. 박 대통령 만들기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을 때 아닌가”라며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 사기가 없었다면 박근혜 정권은 탄생할 수 없었다”고 김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까지 건드렸습니다.

국민의당이 이리 펄쩍 뛴 것은 김종인 전 대표의 한 언론 인터뷰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영남일보와 인터뷰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를 향해 “늘 이야기하지만 문재인씨나 안철수씨의 경우 2012년에 살고 있다”며 “당시 지지도에 대한 그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자칭 대통령 후보라고 하던데 좀 우스꽝스럽지 않나”라며 “자칭 대통령 후보들, 성명서도 발표하고 하는데 그것 같이 난센스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종종 다른 당 인사들의 발언을 비판하는 경우는 늘 있지만, 이날 김 대변인이 낸 논평의 강도는 상당히 셌습니다. 이는 그 동안 안 전 대표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김 전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이나 안 전 대표의 한이 맺혀 있습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기회만 되면 안 전 대표를 꼬집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전생에 원수 지간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시작할 무렵 조언을 구하던 정치적 멘토였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꼬박 1년 전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여의도로 컴백했을 때부터 안 전 대표에 대해 좋은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2016년 4월 13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악수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4월 13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악수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 전 대표에게 직접 이유를 물은 적이 있는데요. 그는 “(2015년 11월말에) 나를 찾아왔어요. 새롭게 정치를 해 보려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해서 몇 가지 말을 해줬죠. 그랬더니 듣고만 있더니 가타부타 말이 없이 가버렸어요. 그리고는 탈당을 하고 말았어요. 굉장히 어리석었죠”라고 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현재 민주당) 탈당을 말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4ㆍ13총선까지는 문재인 대표를 도와 새정연의 내분을 수습하고 당을 바꾸는 일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으면 안 의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지가 없다면 따로 나가서 자기 당을 만들 이유가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후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표(민주당)와 안 전 대표(국민의당)는 두 야당을 이끌고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경쟁자가 됐습니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야권통합을 추진하면서 안 전 대표를 흔들었지만, 안 전 대표는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 ‘녹색 바람’을 일으키며 38석 당선으로 단숨에 3당으로 올라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당당히 야당의 대표 정치인에 올라섰습니다.

해가 바뀌었지만 김 전 대표의 안 전 대표 꼬집기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은 계속됩니다. 김 전 대표가 안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일반적인 정치 공학의 셈법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을 띄워주기 위해 경쟁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지난해 1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 전 대표는 같은 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인터뷰에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해 “그 사람도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하다”며 “싱크탱크를 가동하고 국민성장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사람이 최근 ‘경제민주화’는 쏙 빼버렸다. 외연 확장을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이라고 융단 폭격을 했습니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김 전 대표의 공격은 사실 문 전 대표와 경쟁 중인 당내의 다른 대선 예비후보의 공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셉니다. 국민의당,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 경쟁 당의 공격과 같은 수준입니다.

사실 1년 전인 2016년 1월 15일 김 전 대표가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여의도로 복귀할 때만 해도 문 전 대표와 사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총선 당시 김 전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지명 등 공천 문제를 두고 김 전 대표와 당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친문(문재인) 인사들의 갈등이 생기면서 둘의 관계는 아슬아슬해지기 시작했고, 총선 직후 두 사람의 만찬 회동 이후 김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놓고 서로 말이 엇갈린 이후에는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문 전 대표 측은 처음엔 문 전 대표를 향한 애정 담긴 쓴소리로 여겼습니다. 워낙 직설적 표현을 즐겨 쓰는 분이고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라 그러시겠지 했던 것이죠. 하지만 문 전 대표와 주변 인사들도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김 전 대표의 비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문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당내 큰 어른이신 김 전 대표의 쓴소리를 최대한 받아 안고 고칠 부분은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주변에서는 김 전 대표를 만나 뵙고 관계 회복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문 전 대표 진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요즘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향해 ‘해당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와 당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12일 귀국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구체화 하고 있는 ‘제3지대론’의 한 축으로 김 전 대표가 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구체적으로 가타부타 말이 없지만 “기회가 되면 만나보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반 전 총장 측도 김 전 대표와 교감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일부에서는 “도대체 누구 편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이날 인터뷰에서도 새누리당내 김 전 대표 영입 목소리에 대해 “그래도 현역 민주당 의원인데 상식적 판단을 해야지 않겠느냐. 물론 의원 자리에 미련을 두는 사람은 아니다”며 “전반적 정치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때 가 판단하겠지만 지금은 분명 아니다”며 애매한 답변을 했습니다.

그 동안 이력도 화려하고 인맥도 풍부하다 보니 김 전 대표는 민주당 인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만납니다. 그리고 ‘좋고 싫고’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확고합니다. 안철수, 문재인 야권의 두 대표 정치인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드는 궁금증. 김 전 대표는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때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듯 하다가 언제부턴가 이재명 성남시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 날은 김부겸 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까지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치켜 세웠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사람 저 사람 띄우며 찜 해뒀다가 될 만한 곳에 힘을 실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김 전 대표 측은 “경제민주화 실현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 보고 계신다”며 “이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실현을 약속 받고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가 ‘배신’을 당했던 아픈 기억을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씻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희망이 여러 사람의 가슴을 향한 비수가 돼다 보니 상처 입은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 전 대표에게는 ‘모두까기’라는 새로운 별명도 생겼구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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